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고쳐 -feat.Mirror
지난달, 정말 오랜만에 YB 윤도현의 ‘거울’을 듣게 되었다. YB의 노래들 중에서도 특히 이 노래는 직설적이면서도 발칙했던 지라, 남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하고 싶었던 그 시절 애정이 갔던 기억이 난다.
새삼 ‘거울’을 곱씹어보게 된 까닭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향해 ‘잘 좀 하자’고 자기반성(요새 유행하는 표현으로는 자기객관화)을 부르짖던 내가 어디 갔을까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근 몇 년간, 매해마다 ’정말‘ 자기객관화를 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특히 요 몇 달 사이는 더더욱 자기모순들과 마주했던 터라 생각이 퍽 많아졌다.
내가 늘상 중요하게 여겼다며 주장해 온 말들, 법칙들, 습관들로부터 말이다.
‘거울’도 그중 하나였다. 이어서 내가 고삼시절부터 대학생 초입 때까지 입에 달고 살던 ’작심삼일, 나흘마다‘가 십여 년을 거슬러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이미 이 시점에서도 갑자기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얼했지만, 누구는, 시간이 꽤 많이 흘렀고 지금은 좀 바빠서 잠시 미루었다는 핑계를 들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다음 세 번째로 마주한 단어가 나를 꽤 버겁게 했다.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었기 때문이다.
부정적 연쇄작용으로부터 빠져나와, 긍정적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산하게 해 보겠다며 최근까지도 그 이론을 입에 오르내렸지만- 이쯤 되면 뭐랄까. 내가 과연 내 입에 달고 산(또는 살았던) 말들을, 온전히 잘 실천하고 있었을지 곰곰이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작년에 지인이 나에게 해줬던 말도 연달아 기억났다. 그때 골절로 통 운동을 못하고 있던 참에 ‘전에는 꾸준히 운동을 했었다’는 나의 말에 ‘3개월에서 6개월이 지난 이야기는 현재가 아니다’라고 대꾸를 해줬던 것이다.
그때 나는 아니라고, 회복되면 다시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지금은 다시 짬을 내 운동을 챙기고 있지만- 그때는 분명히 ’현재‘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고, 나는 이유야 어쨌든 일단 지인의 충고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년 봄에 이어, 요 근래에도 봄맞이 청소를 시작했다. 환기나 세탁, 샤워는 날마다 해왔던 일이지만, ‘창고비용‘을 비워내기로 결단한 것이다. 첫날에는 안 입는 옷이며 헌 이불을 몇 번이나 오가며 버렸고, 다음날엔 마당을 정리했다. 며칠 후에는 욕실정비를, 그리고 오늘은 책장을 확 정리하면서- 벼르고 벼르던 헌책을 한 뭉탱이를 알땡딘에 매매하고 왔다.
하루의 시작은 집에서 아침마다 일어나 침구류를 털고 정리하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고 출근길에 나서는 걸로. 퇴근 전 사무실 책상은 모처럼 깨끗해진 상태를 유지하려고 부단히 애쓰게 됐다.
‘이거 하나 하는데 5분도 안 걸리는데’라면서 작은 실천들을 독려해 왔는데, 또 바쁠(다고 생각할) 때에는 그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에는, 어디 갈 곳도 없으면서 책상에 쌓인 것들을 꼭 퇴근 전에 정리하고 가리라 혼자 조급해졌는데 막상 마음을 느긋하게 먹으니 차분히 하나씩 처리할 수 있게 됐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국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리라.
자가발전하는 자기객관화와 자기반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말을 직언해 줄 수 있는 고마운 사람, 그리고 그런 충고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자세도 소중하다. 나는 진심으로 내가 입에 올리는 말들을 실천하고 있는가? 나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
물론 뭐든 손 한 뼘씩, 날마다 꾸준히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고, 때로는 자기 생각과 모습도 적나라하게 비춰 보이는 거울에 올려봐야 한다.
지금 나의 모습, 나의 생활공간, 일터며 내 시선과 손이 닿는 곳들이 바로 나 자신이며 현재다.
그 현재를 추스르고 정리하는 것이 바로 좋은 습관이고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간 몇 차례 걸쳐 ’바로잡는’ 인고의 시간을 겪었고, 작년에도 또 한 차례 버텨냈지만- 언제나 이전의 모습에서 변화하기로 결단하고 바꿔가는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 과정은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변화하고 나서 만족감, 건강함은, 그리고 무언가를 성취해 본 경험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좋은 일에 시간이 든다.”
좋은 일을 실현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또 좋은 일을 하면 시간이 들어온다고 믿는다.
<거울 (Mirror)>, YB(2001)
그 벽에 걸려있는 / 거울 속에 나를 비춰봐-아
일그러진 얼굴 또 흐트러진 머리카락 뿐-
하나도 빠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질 거야
신-경- 좀 써라 이 몰골이 뭐냐
마음속에 있는 / 거울 속에 나를 비춰봐-아
바닥이 드러난 나의 얕은 모습들 뿐이야-
하나도 빠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질 거야
신-경- 좀 써라 뭐 하는 짓이냐
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어디서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비춰 고쳐, 안 그러면 나를 망쳐
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어디서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비춰 고쳐, 안 그러면 나를 망쳐
거울 속에 있는 / 내 모습을 자세히 봤다아-
이게 보기 좋냐? 이게 정말 보기 좋냐구?
하나도 빠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질 거야
신-경- 좀 써라 이 몰골이 뭐냐아- ye
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어디서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비춰 고쳐, 안 그러면 나를 망쳐
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어디서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비춰 고쳐, 안 그러면 나를 망쳐
나, 나, 나 / 나, 나, 나- 거울 속에 나
나, 나, 나 / 나, 나, 나- 거울 속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