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ica n May 13. 2024

이미 알고 있는(던) 것들에 대한 복기

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고쳐 -feat.Mirror


지난달, 정말 오랜만에 YB 윤도현의 ‘거울’을 듣게 되었다. YB의 노래들 중에서도 특히 이 노래는 직설적이면서도 발칙했던 지라, 남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하고 싶었던 그 시절 애정이 갔던 기억이 난다.

 새삼 ‘거울’을 곱씹어보게 된 까닭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향해 ‘잘 좀 하자’고 자기반성(요새 유행하는 표현으로는 자기객관화)을 부르짖던 내가 어디 갔을까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YB <거울>, 2014 : https://youtu.be/0PaEld9ZFI8?si=g7I4kzSsk4EWFdzy?t=63  (전주를 건너뛰려면 1:03부터)




근 몇 년간, 매해마다 ’정말‘ 자기객관화를 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특히 요 몇 달 사이는 더더욱 자기모순들과 마주했던 터라 생각이 퍽 많아졌다.

  내가 늘상 중요하게 여겼다며 주장해 온 말들, 법칙들, 습관들로부터 말이다.

‘거울’도 그중 하나였다. 이어서 내가 고삼시절부터 대학생 초입 때까지 입에 달고 살던 ’작심삼일, 나흘마다‘가 십여 년을 거슬러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이미 이 시점에서도 갑자기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얼했지만, 누구는, 시간이 꽤 많이 흘렀고 지금은 좀 바빠서 잠시 미루었다는 핑계를 들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다음 세 번째로 마주한 단어가 나를 꽤 버겁게 했다.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었기 때문이다.

 부정적 연쇄작용으로부터 빠져나와, 긍정적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산하게 해 보겠다며 최근까지도 그 이론을 입에 오르내렸지만- 이쯤 되면 뭐랄까. 내가 과연 내 입에 달고 산(또는 살았던) 말들을, 온전히 잘 실천하고 있었을지 곰곰이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작년에 지인이 나에게 해줬던 말도 연달아 기억났다. 그때 골절로 통 운동을 못하고 있던 참에  ‘전에는 꾸준히 운동을 했었다’는 나의 말에 ‘3개월에서 6개월이 지난 이야기는 현재가 아니다’라고 대꾸를 해줬던 것이다.

 그때 나는 아니라고, 회복되면 다시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지금은 다시 짬을 내 운동을 챙기고 있지만- 그때는 분명히 ’현재‘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고, 나는 이유야 어쨌든 일단 지인의 충고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년 봄에 이어, 요 근래에도 봄맞이 청소를 시작했다. 환기나 세탁, 샤워는 날마다 해왔던 일이지만, ‘창고비용‘을 비워내기로 결단한 것이다. 첫날에는 안 입는 옷이며 헌 이불을 몇 번이나 오가며 버렸고, 다음날엔 마당을 정리했다. 며칠 후에는 욕실정비를, 그리고 오늘은 책장을 확 정리하면서- 벼르고 벼르던 헌책을 한 뭉탱이를 알땡딘에 매매하고 왔다.

 하루의 시작은 집에서 아침마다 일어나 침구류를 털고 정리하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고 출근길에 나서는 걸로. 퇴근 전 사무실 책상은 모처럼 깨끗해진 상태를 유지하려고 부단히 애쓰게 됐다.

 ‘이거 하나 하는데 5분도 안 걸리는데’라면서 작은 실천들을 독려해 왔는데, 또 바쁠(다고 생각할) 때에는 그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에는, 어디 갈 곳도 없으면서 책상에 쌓인 것들을 꼭 퇴근 전에 정리하고 가리라 혼자 조급해졌는데 막상 마음을 느긋하게 먹으니 차분히 하나씩 처리할 수 있게 됐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국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리라.

 자가발전하는 자기객관화와 자기반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말을 직언해 줄 수 있는 고마운 사람, 그리고 그런 충고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자세도 소중하다. 나는 진심으로 내가 입에 올리는 말들을 실천하고 있는가?  나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

 물론 뭐든 손 한 뼘씩, 날마다 꾸준히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고, 때로는 자기 생각과 모습도 적나라하게 비춰 보이는 거울에 올려봐야 한다.


천천히 흐트러진 상태를 다지고 모양을 잡아가는 Kinetic Sand Bowl

 지금 나의 모습, 나의 생활공간, 일터며 내 시선과 손이 닿는 곳들이 바로 나 자신이며 현재다.

그 현재를 추스르고 정리하는 것이 바로 좋은 습관이고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간 몇 차례 걸쳐 ’바로잡는’ 인고의 시간을 겪었고, 작년에도 또 한 차례 버텨냈지만- 언제나 이전의 모습에서 변화하기로 결단하고 바꿔가는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 과정은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변화하고 나서 만족감, 건강함은, 그리고 무언가를 성취해 본 경험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좋은 일에 시간이 든다.”


좋은 일을 실현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또 좋은 일을 하면 시간이 들어온다고 믿는다.




<거울 (Mirror)>, YB(2001​​​​​)


그 벽에 걸려있는 / 거울 속에  나를 비춰봐-아
일그러진 얼굴   또 흐트러진 머리카락 뿐-
하나도 빠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질 거야
신-경- 좀 써라  이 몰골이 뭐냐

마음속에 있는 / 거울 속에 나를 비춰봐-아
바닥이 드러난 나의 얕은 모습들 뿐이야-
하나도 빠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질 거야
신-경- 좀 써라  뭐 하는 짓이냐

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어디서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비춰  고쳐, 안 그러면 나를 망쳐
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어디서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비춰  고쳐, 안 그러면 나를 망쳐


거울 속에 있는 / 내 모습을 자세히 봤다아-
이게 보기 좋냐? 이게 정말 보기 좋냐구?

하나도 빠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질 거야
신-경- 좀 써라  이 몰골이 뭐냐아- ye

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어디서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비춰  고쳐, 안 그러면 나를 망쳐
자꾸 보고 수시로 비춰 어디서든 수시로 비춰
앉으나 서나 수시로 비춰  고쳐, 안 그러면 나를 망쳐

나, 나, 나 / 나, 나, 나-  거울 속에 나
나, 나, 나 / 나, 나, 나-  거울 속에 나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5월 8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