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떠나온 세계>(2021, 김초엽)
저도 당신과 같습니다.
제게 아주 가까운 사람이 몸을 바로잡고 싶어 해요.
그건 누가 보아도 끔찍한 결과로 향해 가고 있어요. 저는 불안하고 두려워요.
그를 잃을까 봐 두렵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그를 앞으로도 이해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사랑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요.
- <로라> 중
제가 무슨 말을 하든 당신은 그를 설득해보려고 할 테고,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결정을 내리겠죠.
그러면 당신은 혼란스러워지고,
당신 역시 어떤 특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이제 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도 여전히 당신과 같은 혼란을 느낍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 긴 여정이 끝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그곳에도 결국 해답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 <로라> 중에서
“저를 만나기 전에 다른 모그를 본 적 있어요?”
“아니.”
“왜 못 봤다고 생각해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선생님도 이걸 경험하고 나서야 저를 이해했잖아요.”
...
사람들은 모그들의 존재를 갑작스레 알아차렸고, 그 사실에 놀랐다.
어느 쪽이든, 사람들은 그 사건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 <마리의 춤> 중
그 순간 저는 여전히 L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동시에 제가 앞으로도, 어쩌면 영원히 L을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것도요.
하지만 그걸 깨닫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 <로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