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확증편향로부터 시작 #1
모처럼 휴일, 자전거를 급하게 꺼내 시장에 다녀오려던 참인데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있었다.
어제도 분명 자전거를 꺼내 마실을 다녀왔는데 언제인지 모르는 사이에 어딘가 펑크가 났는지, 아니면 타이어가 오래되었나 싶었다.
그런데, 이 타이어 한 번 교체하면서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참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어제 잠시 들러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달라고 했던 1) 시장 속 자전거포 사장님도 내 자전거의 타이어가 매우? 특이한 종이라 바람 넣기도 쉽지 않다 했고, 오늘 집 근처 2) 로터리에 있는 가게 사장님도 잘 취급하지 않는 타이어 종류라며 수리가 안된다고 답을 들었다. 두 집 모두 나의 미니벨로가 특수한? 것이라고 답을 했기에, 나는 인터넷으로 자전거 튜브를 따로 주문해서 셀프 수리를 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한곳만 더 가보고 인터넷 주문을 하자며, 3) 천변에 있는 다른 자전거포로 전화를 해보았다. 나는 앞서 있었던 두 집의 이야기를 전했다. 제가 타는 미니벨로 바퀴 사이즈가 16인치인데, 혹시 수리가 되는지 싶어서 전화드렸노라고. 그러자 세 번째 집 사장님은 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냥 오라고 하셨다.
막상 그곳에 가보니 작은 자전거포가 두 곳 연달아 붙어있었다. 사장님은 전화하신 손님이냐며 나를 맞이하며, 자전거 종류가 특이한 종류인지 나에게 되물었다. 이건 일반적으로 타는 모델인데 대체 누가 그러더냐며. 실제로 타이어 튜브를 교체하는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예전을 생각해보니 내가 이 자전거를 4년간 타오면서 펑크 수리를 한두번 했을 때, 다른 집들에서도 딱히 별 말없이 수리해주었던 기억이 났다.
참 이상하게도, 마침 내가 돌아다녔던 세 집은 모두 ‘삼땡리자전거 00점’이었고, 모두 나의 집을 중심으로 삼각형 범위 안에 있는 곳이었다. 한 곳은 시장에, 다른 한 곳은 주택가 로터리에, 마지막 한 곳은 천과 대로변에 있었는데, 대체 무슨 차이가 있었길래 그런 반응 차이가 있었고, 사장님들은 나에게 자신의 주장과 나의 미니벨로의 특수성?을 설명하셨는지 잠시 궁금해졌다.
마지막 세 번째 집은, 아버지 때부터 자전거포를 운영해온 집이라고 하셨다. 당신의 아버지께서 바로 옆 건물이 재건축되기 전부터 이 일을 해오시다가, 건물이 헐리면서 바로 옆 건물로 이전해서 현재는 사장님이 2대째 하고 계신다고.(상호가 참 정감가고 센스있는 곳이었지만, 이건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적어보련다)
수리를 마친 자전거를 싣고 다시 출발하는 길, 라디오에서 확증편향에 대한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인 신고운님과의 대담이 흘러나왔다. 한 에피소드는 가족이 귀신에 들렸다고 확신하는 사람의 이야기였고, 다른 하나는 징크스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단순하게는 시계를 볼 때, 많은 순간 시계를 볼 텐데 불길하다거나 자신이 의미를 두는(또는 두게 되는) 특정한 시간에 꽂혀서 그것이 어떤 신호인 것처럼 믿음을 갖게 된다든지. 요즘 SNS가 기가 막히게 설계해놓은 알고리즘이 자연스럽게 사람을 자기 취향 속으로 매몰되게 만든다는 이야기까지.
누구에게나 신념과 그에 대한 근거는 있겠지만, 그것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답은 아니란 생각을 다시 떠올린다. 매사가 그렇지만 남에게 손가락질을 하긴 쉽지만, 그걸 자신에게 대입해서 생각하기가 좀 어려운가.
나는 앞서 두 가게의 사장님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황희 어르신의 우유부단함?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지 않던가(그게 옳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정해진 답이 있지 않은 것, 세상의 무수히 많은 일들에 대해, 나의 생각만이 옳다고 확증해버리는 태도에 대해 경계해 본다. 내가 그들을 바꿀 것도 아니고, 바꿀 수도 없으며 그것마저도 옳지 않을 것이나, 내가 어떤 한 가지 관점이나 사고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로울 수는 있겠지.
신고운 작가 역시, 그 확증편향은 결코 타인이 가르칠 수도, 대신 깨어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원래 속해있던 사회적 모임이나 인간관계 등등 기존의 일상 범위-사고와 경험의 범위-를 벗어나 보는 어떤 새로운 사건, 특이한 계기, 모종의 그것을 직접 겪어보고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