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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다은 Jan 07. 2025

2030 청년 남성을 광장으로

[에세이] 경쟁의 압박에 많은 청년 남성들 광장 외면

그들의 경험과 언어로 재구성한 광장 절실

디지털 결합된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야



광장은 변화와 연대의 상징으로 오랜 기간 한국 사회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해왔다. 2017년 촛불 광장은 국정농단을 비판하는 남녀 청년들이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광장은 절반만 채워져 있다. 2030 청년 여성들의 활약에 비해 청년 남성들은 그리 많지 않다.


왜일까. 그들 개인의 무관심일까, 아니면 구조적 억압과 사회적 배제의 복합적 결과일까. 치열한 경쟁과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청년 남성들에게 광장은 그들에게 연대보다는 고립감을 떠올리는 장소로 변질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을 따져보며, 우리는 광장을 다시 정의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경쟁의 압박과 구조적 소외


2030 청년 남성들이 2024~25년 광장에서 세력으로 모이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치열한 경쟁과 구조적 억압이다. 어릴 때부터 성공과 성과만을 요구받으며 자란 이들은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빼앗기거나,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하도록 강요받아 왔다. 성장 후에는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한 노동 시장이 발목을 잡았고, 젠더 갈등은 이중적 고통을 안겼다.


3일 한남동 관저 앞에서 체포를 외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한편, 청년 남성은 젠더 이슈에서 피해자이면서도 때로는 가해자가 되는 혼란스러운 위치에 놓여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사회화 과정과 폭력적 문화가 유산처럼 전수된 결과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광장은 이들에게 참여의 공간을 넘어,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치유의 장으로 변화해야 한다.


광장은 약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에, 또 다른 소외 계층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여성들이 광장에서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외쳤던 것처럼, 청년 남성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기회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2030 세대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같은 성별 내에서도 끊임없는 경쟁에 시달린다.


이러한 경쟁이 이들의 참여를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약을 넘어서는 연대와, 차별을 초월한 새로운 공존과 협력이 필요하다. 광장은 이들이 함께 근본적인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다시금 동력을 얻는 장이 되어야 한다.


광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특정 집단의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공감 부족과 배제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청년 남성들의 분노와 좌절, 고독은 시대적 부담에서 비롯된 정당한 감정이다. 그럼에도 종종 나약함으로 치부되며 그들의 이야기는 공감받지 못한다. 청년 남성들이 광장을 멀게 느끼는 주요 이유다.


광장이 진정으로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다층적인 감정을 인정하고, 이를 공감과 연대의 새로운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억눌린 감정을 배제하거나 헐뜯지 않고, 그것을 치유와 전환의 가능성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과 결합한 새로운 광장의 가능성


오늘날의 청년, 특히 남성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팬덤 문화와 소셜 미디어 활용해 목소리를 내는데 익숙하지만, 그 목소리는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영향력을 갖추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디지털과 결합한 새로운 광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기존의 광장이 단지 디지털화하는 것을 넘어, 이들의 정서와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감적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청년들의 내면에 억눌린 울분과 숨겨진 이슈들을 자극하고 발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가가상실(VR), 게임,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활용한 참여 플랫폼은 광장을 청년들이 흥미를 느끼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광장은 단발적 표현에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 교환과 공동의 목표 설정, 나아가 지속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취업 준비를 위한 정보 교환, 모의 인터뷰 세션, 실시간 직업 체험 등 현실적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참여를 촉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움은 개인의 이익이나 성공을 위한 도구로만 작동해서는 안 된다. 이는 청년들이 자신의 목표를 넘어 더 넓은 사회적 시야를 갖게 하고, 경쟁이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광장은 다양한 지원으로 개인의 성취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발견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광장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간만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개인적 불안을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함께하는 연대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마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이호 작가



광장의 재구성과 새로운 담론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는 자율적 공간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늘날 광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다. 광장은 억압에 저항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실험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젠더, 계층, 차별, 세대 간 갈등을 넘어 공존과 협력의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청년 남성들이 느끼는 좌절과 분노를 약점으로 간주하지 않고, 이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새로운 담론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실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의미로 확장된 광장의 재구성을 요구한다.


광장은 '남태령 대첩'과 '인간 키세스'로 저항 문화의 전형을 만들어내며 성장하고 있다. 이 중심에 2030 여성들의 활약상은 단연 돋보인다. 광장의 절반을 공유한 여성, 그러나 나머지 절반을 채울 과제는 광장이 품고 나아가야 할 정치의 또 다른 격변일 것이다. 더 진화한 공감과 연대의 가치를 담아내는 정치적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청년 남성들이 다시 광장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존중하며 이를 담아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광장은 과거의 상징적 역할을 넘어, 현대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그 순간 광장은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중심이자 모두를 위한 열린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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