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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세월호 침몰 11년, 진실은

2024년 11월 26일, 해양안전심판원의 결론

by 가다은


세월호는 하나의 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침묵을 강요당한 진실이었다.
그날 이후 11년, 바다는 여전히 말이 없고, 그 배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흔들린다.


해양안전심판원이 2024년 11월 26일, 침몰 원인을 ‘복원성 부족과 조타장치 고장, 화물 쏠림’이라는 내부 요인으로 결론 내렸다. 외력의 흔적은 없었고 외부 충격을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는 말.
물리학은 침묵했고, 음모는 뒤로 밀렸다. 남은 것은 구조적 부실이라는, 너무도 뻔하고 잔인한 문장 하나.

그건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던 답안을 다시 들이밀며, 이게 전부였다고 말하는 듯한 태도와 닮아 있었다.

사고 당일, 조타기가 말을 듣지 않았다. 타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갔고, 배는 휘청였고, 화물은 쏟아졌다. 복원력을 잃은 선체는 기울었고, 그 안엔 젖은 교복에서 벗어자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다.

그렇게 세월호는 물 아래로 천천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가라앉았다.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은 구조가 아니라 방기였고, 기적이 아니라 포기였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구조할 수 있는 장치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라는 사실은, 물보다 더 무거운 죄로 남았다.


해심은 이 판단을 내리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선체 인양, 조사위 활동, 사참위의 활동 종료, 그리고 특별심판부의 재구성까지.
말하자면 그들의 침묵은 시간을 핑계 삼아 진실의 윤곽을 흐리게 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라도 그 결론이 나왔다는 것, 그 하나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
가장 무거운 책임은, 그 배를 바다로 보낸 이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청해진해운은 이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재심을 청구했고, 법적 싸움을 이어갈 태세다.
그들의 언어 속엔 여전히 명예라는 단어가 있다. 그러나 누구의 명예인가.
화물 무게를 줄여야 한다는 선원들의 말을 무시했던 자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배”라 불리던 선박을 아이들로 가득 채워 출항시킨 자들이 말하는 명예는 과연 무엇인가.


기억하자.
그 배는 구조의 실패 이전에 윤리의 실패였고, 무능의 구조였고, 인간의 무관심이었다.
가장 먼저 기울어진 건 배가 아니라 사회였고, 가장 늦게 구조된 건 진실이었다.


이제는 묻는다.
누가 구하지 않았는가, 누가 외면했는가, 누가 진실을 묻으려 했는가.
그리고 누가 아직도 그 책임을 피해 가고 있는가.

남은 과제는 무겁다.

국가는 아직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구조 실패, 해경의 무능, 청와대의 침묵-그날의 기록을 여전히 단정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
법정에 오르지 않은 책임자들, 섣부른 용서도 없어야 하겠고, 쉽게 잊어서는 안 되기에, 진실을 꿰어줄 서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어야 한다.


세월호는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에 갇힌 시간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눈물은 말라가도, 슬픔은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기억하고, 여전히 묻고, 여전히 기다린다.

진실은 언젠가 가라앉은 그 바다보다 더 깊은 곳에서, 우리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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