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몰락을 정당화하는 일
* 여러 일들이 뾰족뾰족 올라오나, 무엇 하나 온전하게 풀어지지 않는다. 답답함에 몇 자 적어본다.
검찰의 최근 불기소 결정은 짐을 잔뜩 지고 가던 나귀가 끝내 지쳐, 아니 뭔가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 짐을 내려놓은 일과 같다. 법을 집행하고 정의를 지키는 본분이 무겁더라도 옳게 판단하고 끝까지 지고 갔어야 한다. 그들은 본분을 쉽게 팽개치고 국민의 신뢰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검찰은 스스로 지켜야 할 가치를 포기하면서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검찰은 비록 외압이나 압박이 없었다고는 하나, 그렇다면 스스로 굴복해 본래의 역할을 저버린 상황이다. 더 이상 공정과 정의의 수호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자신들의 책임을 내려놓은 대가는 클 것이며, 이제 자신이 무너뜨린 신뢰를 되찾을 길은 요원할 것이며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최근의 불기소 사건은 개인적인 비위나 권력자의 편을 들어주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법치주의를 흔드는, 말 그대로 ‘국가적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이다. 한때나마 ‘정의’와 ‘법’'을 외치던 검찰이, 그 울림을 배반하고 눈치 보기와 이익 계산에 눈이 멀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토록 자만에 빠진 것일까?
이솝 우화에서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이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권력에 기댄 검찰은 국민 앞에서 ‘우리는 법을 수호하겠다’라고 외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체 없는 허구가 되어버렸다. 거듭된 거짓말은 결국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고, 이번 불기소 결정은 그 마지막 ‘외침’일지 모른다. 더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말에 더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국민처럼, 검찰의 결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을까? 해체가 정답이라는 말을 그들은 듣고 있을지.
그러나 이번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흥미로운 점은 검찰이 자신들의 칼을 거두고 법의 이름으로 보호하려 했던 대상이 결국 그들과 함께 자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후폭풍은 예상보다 훨씬 거세게 몰아칠 수 있으며,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감싸려 했던 대상과 함께 깊은 나락으로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 국민의 원성을 과연 헤아리고 있을지.
2016년의 상황보다 이번 데자뷔는 더욱더 노골적이지 않은가.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는커녕 수사선상에도 오르지 못한 채 의혹으로만 남아 있다. 이런 현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관련 뉴스들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혐오스럽게 느껴진다. 결국,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칙은 그저 허울뿐인 명제라는 걸 재차 증명하지 않았던가.
최근의 상황을 바라보면, 법의 칼은 두 갈래로 나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법이 정의를 위해 사용될 때, 그 칼은 어떤 권력도 겨냥하기에 누구도 두려워할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그 칼이 사적 이익에 굴복해 권력을 비호 하기 시작하면, 법의 본래 목적은 왜곡되고 만다. 검찰은 그들이 지켜야 할 법의 칼을 권력에 헌납했고, 진정한 정의는 그들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이제, 칼은 역설적으로 그들 자신을 겨누며 돌아올 것이다.
검찰의 행동은 벌거숭이 임금 앞에서조차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 국민은 알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하는 말은 ‘날씨가 춥지 않으니 괜찮다’라는 말을 하는 셈이다. 공연음란죄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법치주의의 기본조차 헤아리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지금은 그들의 권력이 공고하다 여기겠지만, 동시에 그들은 더 크게 무너질 준비를 벌어들인 셈이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보이지 않는 옷’이다. 국민은 진실을 알고 있으니, 정작
그들이 행위가 과연 진실의 힘으로 지속될까.
결국, 검찰은 무엇을 잃었는가? 법치주의의 상징, 국민의 신뢰, 그리고 그들이 설 수 있는 도덕적 우위를 잃어버렸다. 또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무기를 버렸다.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헛된 자만에 빠져, 그들 자신을 찌르는 칼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이제 그들은 겨울 숲에서 그 결과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행위를 속살의 아픔처럼 부끄럽게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권력의 비호는 그들의 구원이 되지 못한다. 법의 공정성은 누구에게도 공평해야 한다는, 이토록 간단한 진리를 기어이 외면하려는가.
우리가 목도하는 이 상황은 단지 검찰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사건들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제 국민은 그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지금은 검찰 출신 권력이다. 그런데!
이 비극적인 상황은 법의 상징적 무게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검찰이 법을 무시하고 권력의 보호막 속에 숨으려 했을 때, 그 보호막이 오히려 자신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권력의 여름날, 검찰은 법을 외면하며 즐거워했지만, 진정한 겨울이 오면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추위에 직면할 것이다. 결국, 권력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행보는 법치주의의 겨울을 불러왔고, 그 겨울은 머지않아 그들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