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현실이 된다면. 시원할지, 감당될지
장소: 국회, 국정감사 회의실
밤늦은 시간, 회의실은 긴장감으로 넘친다. 여야 의원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증인들은 진실을 숨기려는 듯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오늘의 국정감사에서는 단순한 말싸움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증언을 분석하는 AI 시스템이 도입된 첫날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1 (차분하며 냉정하다): 증인은 지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과 통화한 사실이 있습니까?
증인 1 (목소리가 약간 떨린다):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전혀 기억이 없는데요.
회의실은 정적에 잠긴다. AI 시스템이 즉각적으로 증인의 발언을 분석하고, 그의 지난 통화 기록과 계좌 거래를 연관시켜 데이터를 추출한다.
AI (담담한 목소리로): 증인이 사용했던 계좌 내역과 2023년 3월 15일 통화 기록에 따르면, 증인은 주가 조작단의 핵심 인물과 5차례 통화하였고, 통장을 맡긴 이와도 통화했던 사실이 증인의 휴대전화 기록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증인은 2023년 4월 10일, 해당 사건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계좌를 사용했습니다.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인다. 증인 1의 얼굴은 창백해진다. 그의 거짓말은 AI의 분석 앞에서 드러났다. AI가 제공한 데이터는 명확했다. 그가 과거에 했던 모든 거짓말은 지금 이 자리에서 하나씩 무너지고 있었다.
국회의원 2 (한심하다는 표정): 그런데도 증인은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려 합니까? AI는 모든 걸 분석하고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AI (담담하다): 증인의 지난 3년간 발언 패턴을 분석한 결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발언은 총 31회 사용되었습니다.
증인 1 (얼굴이 굳어진다): ….
국회의원1 (공격적인 말투):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습니다. AI는 당신의 기억뿐만 아니라 여러 객관적인 상황을 속이지 않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위증에 바로 걸려드는 겁니다. 증언을 번복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국회의원3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진다): 증인에게 강제로 기억을 강제하거나 추궁하는 게 과연 공정한 일입니까?
국회의원 1 (목소리를 높이며): 공정? 이전에는 공정했습니까? AI 덕분에 진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는데, 무얼 두려워합니까?
휴정 시간이 지나 다시 모인다. 의원들은 다른 증인을 부른다.
국회의원 3 (침착하다): 증인, 증인께서는 이번 불기소 관련으로 사전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걸로 진술하셨죠? 기각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 주시죠.
증인 2 (자신감 있게): 네, 법원에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AI (아직도 담담한 목소리): 증인의 발언과 법원의 공식 기록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영장은 기각된 적이 없으며, 검찰 내부의 결정으로 발부 요청이 보류되었습니다. 지금 증인의 발언은 현재까지 확인된 법원의 데이터와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증인 2는 순간 당황한다. 질문했던 국회의원마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AI의 냉정한 분석은 그 자체만으로 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회의실 안의 분위기는 그을음처럼 어둡고 묘하다.
국회의원 4 (우려 섞인 목소리로): AI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너무 많은 것을 판단하는 것 아닙니까? 결국 인간의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서 기술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국회의원 1 (단호하게): 데이터에 기반해서 사실 여부만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껏 권력이, 또한 이들과 결탁한 기관들이 진실을 왜곡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AI가 그걸 바로잡고 있지 않습니까? 더 이상 회피할 구멍은 없습니다. AI 덕분에 우리는 이제야 진실을 두고 행정을 평가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국회의원 2 (열정적인 목소리로): AI는 우리가 진실을 명확히 알도록 해주며, 진실의 왜곡이나 회피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증인들의 거짓말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진실이 가려지는 걸 봐 왔습니다. AI는 우리를 더 투명하게 만들 기회입니다.
국회의원 3 (심각한 표정): 그러나 데이터는 맥락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AI는 오직 숫자와 정보를 분석할 뿐이고, 인간이 가지는 도덕적 판단이나 감정적 이해는 반영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과정에서 AI에 의존하면 안 됩니다. 인간다움이란 요소가 사라질 위험이 큽니다.
국회의원 2 (냉정한 목소리로):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인간의 그릇된 판단력에 의존해 왔습니까? 그 결과는 어땠죠? 권력의 왜곡, 진실의 은폐. AI는 최소한 권력을 분배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4 (침착하지만 강하게): AI가 진실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는 건 무엇입니까? 인간의 판단과 결정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는 거 아닙니까? 감정 없는 기계에 우리의 판단을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AI의 진술 발언은 데이터다
회의실 내의 분위기는 팽팽하다. AI의 도입으로 얻는 투명성과 진실성에 대한 찬반이 부딪히며, 인간과 기술의 공존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이 이어진다. AI의 효율성은 인정되지만, 기술의 통제와 그 한계에 대한 우려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논쟁의 중심이 된다.
증인 2 (차가운 얼굴로): 그러나… 의원님들, AI가 모든 진실을 아는 게 아니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AI는 단지 데이터를 분석할 뿐입니다. 아직도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이 남아 있지 않나요?
AI (끝까지 담담한 목소리): 저의 판단은 오로지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추출합니다. 인간의 역할은 인간이 하면 됩니다.
국회의원들은 마지막 말에 순간 침묵에 빠진다. AI의 무한한 분석력과 진실 추적에 놀라면서도 우려하는 눈빛이다. 그리고 인간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말이 그들 모두의 머리 위에서 뱅뱅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