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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Oct 16. 2017

나의 친구, 히스 레저

영화 <아이 앰 히스레저>



다크나이트가 처음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다섯번을 보았다. 히스레저의 죽음 후에 마주한 영화가 너무 강렬기 때문이다.  
영화 속 히스레저는 등장부터 나를 압도했다. 그것은 조커라는 캐릭터의 매력과 히스 레저라는 인물이 만들어낸 예술작품 같았다. 히스레저의 연기를 보고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극장에서의 경험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브로크백마운틴의 에니스역 또한 히스레저였다는 사실을 안 것은 아주 나중의 일이다.


두 영화 속에서 히스 레저는 나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강한 인상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아이 엠 히스레저>는 그에 대한 희미한 대답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다큐멘터리 속 히스 레저는 '살아'있다. 여기서 살아있다는 것은 단순히 살아간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그는 매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기꺼이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힌다. 그가 비디오 카메라로 직접 찍은 영상들, 언제라도 속내를 꺼내 들려줄 것 같은 자연스러운 앵글 속에서 그는 자신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영화 오디션을 보고 떨어질 것 같다며 긴장하는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히스레저와의 일종의 연대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람은 타인의 행복보다는 불안하고 서글픈 모습에 공감하기 마련이라는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반대로 그가 영화배우로서 철학을 가지고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나의 하루는 그저 버티는 것일 뿐인데, 히스레저는 매 순간을 '배우'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는 단지 '톱스타'가 아닌 배우를 선택했으며, 인기보다는 연기에 연연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영화에서는 배우로서의 모습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히스 레저를 만날 수 있다. 끊임없이 사진과 비디오를 찍고, 뮤지션 친구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단편 영화를 찍는 히스레저를 떠올려보자. 그 어떤 것을 상상해도 스크린 속 그는 그 이상일 것이다. 수많은 일을 위해 잠이 었었던 것일까, 잠이 없었기 때문에 그 많은 일들을 모두 해낼 것일까. 중요한 것은 그가 예술활동에 단순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넘어 모든 자신의 에너지를 쏟았다는 사실이다.



히스레저의 친구들에게 히스레저는 소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뮤지션 친구에게 선뜻 그랜드 피아노를 선물하며, 자신의 딸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친구. 모든 이에게 자신의 집을 살롱처럼 항상 내어주는 친구.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도 자신의 옛친구를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친구.



그들의 슬픔에 비하면 그를 잘 알지도 못하는 한명의 관객인 내가 흘린 눈물은 가소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가소로운 눈물조차 가치가 있는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아이 엠 히스레저>는 그가 소중하게 내어주는

곁 같은 영화이다.
영화를 통해

단순히 한 명의 관객으로서가 아닌,

한 명의 친구로서

히스 레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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