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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Dec 05. 2017

시간이 만들어 준 사랑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함께한 시간이 길다고

반드시 우정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깊은 우정에는 꽤나 긴 시간에 필요하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칠월과 안생이 지나온 시간 속에는

서로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둘만이 공유했던 감정이 쌓여있다.


어떤 우정은 사랑 같고, 어떤 사랑은 우정 같다.

칠월과 안생의 우정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공유했던 사랑이 있다.

그리고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통해

관객들은 그 사랑 같은 우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래는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칠월과 안생은 어린 시절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언뜻 보면 말괄량이 안생이 얌전한 칠월에게

일방적으로 의지하는 것 같지만

칠월 또한 안생의 쾌활한 성격에 기대어

말괄량이 같은 추억을 만들면서

칠월 자신의 안정적이고 정적인 모습,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을 지켜나가며

안생에게 의지해왔다.


반대여서 더 잘 맞고 서로에게 끌렸던 그들은,

그 반대의 성향 때문에

고향에서 평생을 함께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안생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인생을 향유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반면, 칠월은 술 한잔을 마시는 데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안생은 고향을 떠나면서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하고

칠월은 고향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키려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별하게 된 진짜 이유에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가명 때문에 칠월을 잃고 싶지 않은

안생과 칠월의 마음 말이다.

칠월이 좋아하는 가명에게서 호감을 느끼게 된 안생은

둘의 행복을 위해 고향을 떠난다.


그런 안생을 보는 칠월은 떠나는 그를 잡지 못한다.

안생이 떠나는 이유를  

떠나는 순간이 아니라, 훨씬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그는 끝내 그 마음을 외면한다.

그것은 가명을 아끼는 마음과 동시에

남자 친구 때문에 안생을 자신의 인생에서

영영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생은 멀리 떠나왔지만, 칠월과 편지로 연결되어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칠월에게 안내한다.

칠월 역시 안생에게 편지를 쓰며,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인생의 유일한 버팀목이 칠월이었던 안생은

그 버팀목이 사라질까 자신의 불행을 어느 정도 숨기고 씩씩한 척한다.

반면 칠월은 가족에게도 남자 친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마음속 깊은 얘기까지 편지에 꺼내놓는다.



그리고 수없이 오고 갔던 편지가 무색할 만큼,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이별을 맞이한다.

그것은 술을 마시기 위해 남자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 안생이 한심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끝내 드러내지 못한 무언가가

서로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칠월과의 이별 후,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안생은

자신에게 닥친 비극을 칠월에게 말하지 못하고,

가명은 그 모습이 안타까워 안생을 돌보지만

결국 그 비밀은 결국 칠월을 폭발하게 한다.


칠월과 안생은 서로에게

조그만 틈도 내어주지 않으려 했다.

둘이 서로가 인생에서 가족 외에

사랑하는 첫 번째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틈이 있어야 함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대가로 서로에게 가장 아픈 상처를 낸다.

그들은 서로가 받은 상처보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준 상처 때문에 더 아파한다.


그리고 칠월은 결국 가명과 결혼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정적인 삶이

결코 평온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역설적으로 안생을 만나 갈등하며 깨달았고,

안생이 그랬던 것처럼 여행을 떠난다.

안생의 편지를 통해 알게 된 여행지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칠월은 안생의 심정을 깨닫지 않았을까.

혼자 다니면서 느꼈을 외로움,

여자로서 느꼈던 위험들,

그리고 사람들이 미치게 그립다는 사실까지.


여행이 끝나고 칠월이 돌아가는 곳은

가족이 있는 고향이 아니라 안생이 있는 북경이다.

칠월이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안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둘은 서로에게 모든 진심을 전한다.

미워했던 감정과 가족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나는 그들이

영영 행복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랐지만

이야기는 결코 그들의 행복을 지켜주지 않는다.


이제 안생은

칠월 대신 지켜야 할 사람을 한 곳에서 묵묵히 지키며

'이야기' 속에서의 칠월의 행복을 바란다.

기꺼이 칠월의 행복을 위해

그를 떠나보내는 안생의 마음이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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