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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Feb 20. 2019

사소한 것을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대단한 재주

무라카미 하루키 <더 스크랩>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0년대에 4년 동안 그가 한 스포츠 잡지에 연재한 글이다. 연재의 조건은 아무 잡지나 보고 그것을 스크랩 한 뒤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자유로운 방식이다.

그는 <에스콰이어> <뉴요커> <타임스> <피플> 등을 읽으며 기사를 발췌했다.


1980년대에 읽었다면 팬시하고 당시 핫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대부분 미국 이야기라서 일본에서는 핫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1980년대에 태어난 나에게는 아는 이야기보다 모르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러나 재밌는 이야기는 시간을 초월하여 언제나 재밌으므로 그가 말하는 할리우드 배우가 누구인지 몰라도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이야기 중에는 자신의 생각을 담아 이야기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이야기는 그저 기사 내용을 요약하고 재편집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런데 그가 얼마나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인지는 오히려 단순 요약된 기사에서 잘 느껴진다.


그는 그 시대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하고 그것을 몰라도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느끼도록 스윗하게 설명해준다. 그것이 <킹스맨>때문에 핫해진 브리그 우산이든, 도쿄 디즈니랜드이든 말이다.


특히 인상적인 문장 중 하나는 도쿄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에 대해서 말할 때


'가장 감탄한 것은 이래 도냐, 어때, 하는 악의가 없고 전체적으로 참으로 순수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 p253


무슨 놀이기구인지 밝히지 않았는데도

이런 단순한 문장만으로 그것이 어떤 놀이기구인지 상상 가게 이야기하고 도쿄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는 것처럼 공감가게 설명하는 그의 재주가 놀라웠다.


이 스포츠 잡지가 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고 하루키에게 요청했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마라톤이 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전혀 올림픽에 대해 쓰지 않았다는 사실도 하루키 답다.

심지어 올림픽을 시청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드라이하면서도 자신의 철학이 있는 그의 문장은 얼른 다음 책을 읽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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