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원 Feb 21. 2019

가장 '인문학'적인,

김형철 <철학의 힘>

철학적인 질문은 친한 친구 사이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철학적인 질문을 대화로 던졌다가는, '진지병'걸린 사람 걸린 취급받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을 반복하는 것은 스스로를 바보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어제 한 일을 무감하게 반복한다면 성찰이 없는 삶이다. 성찰한다는 것은 질문을 던지는 행위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이런 화두를 던지며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 성찰이다. -p55


요즘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인문학'을 타이틀로 책은 대학교 발표 수준의 깊이에서 생각이 벗어나지 못한 책들이 많아, 나는 책을 펼치기 전에 그런 류의 책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진정 대학교의 '문사철'학처럼 그야말로 '쓸모가 없는' 책이었다.



사물의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은 사물에 내재된 속성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용처를 아는 사람에게는 쓸모 있는 것이고, 용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쓸모없는 것이다. -p7



이 책이 나에게 지금 당장 밥 한 그릇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사는 동안 누구에게 터놓기 힘든 생각이 머릿속에 차오를 때마다 펼쳐보며 내면의 대화를 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전형적인 어른들의 대답을 하지도 않고,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특히 인생은 왜 짧은지에서부터 시작하는 삶과 죽음 이르는 21가지 주제에 대해 공자, 맹자는 물론이거니와 서양의 철학자들에 대한 문장들을 가져와 여러 가지 고전을 읽지 않아도 유명한 철학자들이 삶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 좋았다. 단순히 철학자들의 주장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주제에서부터 구체적인 주제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느껴져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교에서 말하는 '인'이란 차별적 사랑이다. 보편적 사랑을 말한 묵자는 "길을 가는 노인도 내 할아버지와 똑같이 대하라"라고 했다. 이에 대해 맹자는 친할아버지도 길에 있는 노인처럼 대하라는  것인가?"라며 반박했다. -p28


또한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루저로 취급받는 시대에 대기업을 다니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로의 이분법이 아닌, 자본가와 노동자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칼 마르크스의 문장을 들어 되짚어보게 만들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의 결과물은 노동자 자신이 아닌 자본가에게 속하고, 노동자는 그것에서 소외된다. 바로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의 소외'다. 자본가가 지시하는 것만 따르면서 억지로 일하는 고통 끝에 얻어낸 보상이 급여다. -p86



  

 '철학의 힘' 은 읽지 않아도 사는 데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를 더욱 깊고 넓게 만들어줄 것이다. 친한 지인들에게 인문학 책 한 권을 추천해야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아무도 그대에게 세월을 되찾아주지 않을 것이며, 아무도 그대에게 다시 한번 그대에게 돌려주지 않을 것이오.(중략) 인생은 첫날 출발한 그대로 계속해서 달릴 것이며, 어디서도 방향을 틀거나 머물지 않는다오. 하지만 그대는 분주하고 인생은 달려가고 있소. 그사이 죽음이 다가오면 그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죽음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할 것이오." -p22


매거진의 이전글 사소한 것을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대단한 재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