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
세상에는 멋진 영화와 좋은 영화가 있다. 멋진 영화 중 하나를 꼽자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이 있다. 그리고 영화 '원더'는 손에 꼽힐 만큼 좋은 영화이다.
영화 소개 TV 프로그램을 통해 '원더'를 알게 되었을 땐 뻔한 스토리가 예상되어 차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추천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아주 상투적인 한 가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뻔한 스토리도, 어떤 플롯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신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기는 선천적으로 남다른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기는 홈스쿨링으로 자라다가 엄마 이사벨의 권유로 학교에 입학한다. 예상하다시피 이 영화는 어기가 학교를 다니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오직 어기만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엄마와 누나, 그리고 어기의 친구와 누나의 친구까지 어기 가족이라는 우주에 떠있는 여러 행성들의 입장을 보여준다.
가장 마음을 끈 사람은 어기의 누나 비아이다. 비아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via라는 영단어가 떠올랐다. via는 스쳐 지나가는 경유지이다. 경유지는 목적지가 될 수 없다. 풀먼 가족에게 비아는 한 명의 딸이 아니라, 어기의 누나로서 더 익숙하게 여겨진다.
비아에게도 고민은 있다. 그러나 그 고민은 항상 어기의 슬픔 앞에서는 사소한 걸로 치부된다. 비아는 유일한 친구를 잃은 슬픔조차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다행히도 비아는 자신의 슬픔보다 동생의 고통이 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영화가 한 편의 동화 같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그 이유다. 어기는 반짝이는 자신만큼이나 빛나는 사람들을 가졌다.
어기의 학교 친구 잭의 이야기도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떠밀리듯 시작한 우정이었지만, 어기의 매력에 이끌려 진심으로 어기가 좋아진 것.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말들로 상처를 준 적도 있지만 진심으로 사과를 건네고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는 잭의 모습은 보통 사람의 모습과 보통 사람이 가지고 싶어 하는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잭이 좋아하게 될 만큼 매력적인 어기의 성격은 엄마 이사벨의 노력이다. 이사벨은 27번의 수술 끝에도 살아남을 수 있던 아들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매 순간마다 되새겨준다. 어기에게 학교를 다니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이사벨이 겪었을 마음의 상처는 어쩌면 어기가 겪은 것 그 이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사벨은 결코 꺾이지 않는다.
어떤 영화들은 순전히 관객의 기대를 벗어나기 위해 줄거리를 자극적으로 몰아간다. 관객은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대신 마음의 고통을 얻는다. 관객들이 영화 '원더'를 보는 내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던 이유에는 이야기를 만든 사람의 따뜻한 마음씨도 한몫한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대신 행복하고 동화 같은 캐릭터들로 영화를 보는 내내 안심할 수 있었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나는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삭막해서 우주 헬멧을 쓰고 방에 틀어박혀있고 싶어 질 때, 영화 '원더'는 나를 무중력 상태의 진짜 우주로 데려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