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보낸 어떤 봄

비축생활 VOL.11 지금은 공원 시대

by 문화비축기지


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든 공원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거리 두기를 실천하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공원 관계자 5인에게 코로나19로 잃은 공원의 봄에 대해 물었다.


정리 정지민 | 그림 Yip Wing Yi




KakaoTalk_20200812_150743692_04.jpg

김소연 남산공원 관리·운영 담당


남산공원의 봄은 어땠나요.
원래 남산공원은 주로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데,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방문객 구성이 달라졌어요. 실내에서 여가를 보낼 수 없는 서울 시민의 방문이 늘어난 게 확실히 보였죠.

관리·운영 담당자로서 방역의 최전선에 있지요.
우선 화장실, 운동기구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을 매일 소독하고 있어요. 특히 이용자가 많은 시설 주변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했죠. 공원 곳곳에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우측통행을 요청하는 안내문을 붙이고 안전 이용 수칙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설치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공원을 돌며 수칙 미준수 이용자를 계도합니다. 실내 시설은 한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예요.

벚꽃철에 특히 방문자가 몰렸는데, 노심초사하는 마음이었을 듯해요.
봄이 되며 인파가 몰릴 거라는 건 사실 예상했어요. 남산공원이 속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차원에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실시했지요. 공원은 원래 머물며 쉬어 가는 곳이잖아요. 요즘은 머무는 대신 통과하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공원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려요.
성공적인 방역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함께 작은 불편을 감수해주기를 부탁드려요.



KakaoTalk_20200812_150743692.jpg

이태원 문화비축기지 홍보 담당


문화비축기지는 봄을 어떻게 보냈나요.
서울시 공원들에 휴관 지침이 내려온 게 2월 말이었어요. 야외 시설은 막지 않았지만, 실내를 폐쇄하고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전부 취소했죠. 격변하는 상황에 따라 사업 계획서를 끊임없이 수정하면서 봄을 났어요.

5월 황금연휴 기간에 자동차 극장을 열었지요.
대면 행사는 열지 못하니 공원 마당에 일시적으로 차 출입을 허용해 비대면으로 진행해봤죠. 반응이 좋았을 뿐 아니라, 공원 홍보에 새로운 물꼬를 틔워주었어요. ‘드라이브 스루 맛집’으로 소문이 났거든요.

어떤 소문인가요.
서울 시내에 이렇게 너른 부지가 별로 없잖아요. 드라이브 스루를 콘셉트로 방송을 준비하던 곳에서 장소 협조 문의가 물밀 듯 들어왔어요. 자연을 벗삼아 공원을 배경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모든 행사가 코로나로 묶이며 침울했는데, 덕분에 새로운 공원 활용법을 실험해볼 수 있었어요.

준비 중인 언택트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많은 인원이 직접 모이지 않는, 코로나19 이전의 축제와는 다른 방법의 축제를 고민하고 있어요.



KakaoTalk_20200812_150743692_01.jpg

임지연 공원 프로그램 개발 담당


공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서부공원녹지사업소에서 공원에 잘 어울리는 생태·환경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했나요.
기존의 공원 프로그램은 사전에 예약하고 공원을 직접 방문해 참여하는 방식이었는데, 코로나19로 공원에 올 수 없게 되면서 자연이나 공원을 주제로 한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영상으로 공원 모습을 보여주었고, 체험지를 만들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게 했어요.

반응은 어땠나요.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여주었어요. 연초까지만 해도 올해 진행할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죠. 이제는 대체 방안을 풍성하게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지금은 잃어버린, 가장 그리운 공원의 일상이 있나요.
공원 프로그램 담당자로서, 시민들과 대면하며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온라인으로 진행할 때는 맛볼 수 있는 매력이라 아쉬움이 커요. 직접 눈 마주치고, 웃고 떠들던 순간이 가장 그리워요.



KakaoTalk_20200812_150743692_02.jpg

차미란 문화비축기지 자원활동가 관리 담당


코로나19가 자원봉사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작년 같으면 벌써 *탱크유(tankU)가 한창 활동하고 있었을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모집이 계속 미뤄졌어요. 6월에서야 모집할 수 있었죠. 감개가 무량하네요.
*탱크유(tankU): 문화비축기지 시민자원활동가

탱크유 모집 전까지는 어떻게 보냈나요.
작년 활동 자료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사진도 새로 정리하고, 공원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일을 찾아서 했죠. ‘코로나, 지나가기만 해봐라. 완벽히 준비해두겠어’ 하는 마음으로요.

모집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나요.
공교롭게도 코로나 특수가 있었어요. 다른 공공 기관도 자원봉사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탱크유 모집 공고를 올렸을 때 지원자가 몰렸어요. 서류전형을 신설해 162명 가운데 35명을 뽑았지요.

올해 탱크유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요.
공간 관리, 전시 안내, 행사 지원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에요. 저는 탱크유가 원활하고 순조롭게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더불어 문화비축기지에서 가능한 새로운 활동에 대한 활동가들의 제안에도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KakaoTalk_20200812_150743692_03.jpg

우성하 공원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터뷰이 가운데 유일하게 공원 관계자가 아닌데, 소개를 부탁합니다.
영상을 제작하는 프리랜스 PD 우성하라고 합니다. ‘꼴지PD’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 채널 ‘꼴지TV’를 운영합니다. 작년부터는 서울시의 공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원 유튜브 채널 ‘서울의 산과 공원’에서 공원의 소리를 들려주는 영상을 만들어요.

크리에이터 활동을 막 시작한 시기에 코로나 확산이 겹쳤지요.
그래서 서울시 담당자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힐링을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전문 오디오 장비로 공원에서 발생하는 자연의 소리를 담아 영상미 있게 편집해 ASMR 콘텐츠를 만들었죠. 공원에 부는 바람 소리, 새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을 오디오 감독님과 함께 녹음했어요.

코로나 발생 이후 공원을 방문했을 때 인상적이었던 풍경이 있나요.

공원 방문이 여행을 대신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결같이 평화로운 자연을 거닐며 잠시나마 불안을 잊는 듯했고요. 월드컵공원 촬영 때 본,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할아버지, 손주들과 배드민턴을 치던 서서울호수공원의 노부부가 기억에 남네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1995~2020 서울 공원 연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