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생활 VOL.11 지금은 공원 시대
1990년대 말, 서울시는 도심에 있던 공장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영등포공원이 대표 사례로, 영등포역 뒤편에서 1933년부터 맥주를 생산해온 OB맥주 공장이 경기도로 이전하자 이곳을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했다. 천호동공원과 성수동공원 역시 이 시기 각각 파이롯트 만년필과 삼익악기 공장 터에 새로 만든 공원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비행장으로, 해방 이후에는 공군기지로 쓰이다 1970년대 여의도 개발과 함께 ‘5·16광장’이 됐다. 상업 지구로 개발하지 않고 유사시에 활주로로 쓸 수 있게 비워둔 공간은 독재 정권기 군사 퍼레이드와 관제 반공 시위에 사용됐다. 민주화 이후 1999년, 여의도공원으로 개칭하며 비로소 숲과 잔디를 갖추고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01 1978년 개장해 2000년 12월까지 서울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해온 정수장을 재생해 2002년 4월 공원으로 선보였다. 송수 펌프, 콘크리트 기둥, 수로 같은 기존 구조물을 그대로 둔 채 물을 테마로 수질정화원, 수생식물원 등을 조성한 국내 최초 재생 생태 공원이다. 공원을 통한 도시 재생, 산업 유산을 활용한 공원 조성 흐름에 첫 획을 그었다.
02 하늘공원, 노을공원, 평화의공원 등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5개 테마 공원을 통칭한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위한 주변 환경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쓰레기 매립지로 쓰던 난지도를 안정화하고 복원해 공원으로 만들었다. 전체 면적이 270만m2에 달하는 서울 서부 대표 공원이다.
01 뚝섬한강공원과 함께 유원지 지구를 이루던 뚝섬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전한 후, 빈 부지를 시민과 함께 공원으로 조성했다. 시민 단체 ‘그린트러스트’가 중심이 되어 기금을 모았고, 조성 과정부터 시민이 참여해 운영까지 맡은 국내 첫 사례다.
02 1970년대에 완공되어 도심 제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고, 그 아래 하천을 복원해 공원화했다. 10km에 달하는 청계천을 따라 양측으로 차도를 내고 남북을 연결하는 다리를 설치하는 한편, 하천 둔치에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만들었다. 도시 관리 패러다임을 개발과 성장이 아닌 생태와 재생으로 전환한 사례로 평가된다.
홍수로 자주 범람하던 한강변을 정비해 공원으로 선보인 것은 1986년이지만, 2000년대 중반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자전거도로를 확충하고 특화 사업을 통해 권역별 테마를 부여했으며, 나들목을 정비하는 등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공원이 부족하고 도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강북에 균형 발전을 목표로 조성한 대형 공원이다. 드림랜드가 있던 66만m2 규모의 부지를 활용해, 각 지역 대표 공원인 서부 월드컵공원(270만m2), 남부 올림픽공원(145만m2), 동부 서울숲(116만m2)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경의선 지하화로 쓸모를 잃은 지상의 철길이 숲길로 재탄생했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용산구 원효로에 이르는 경의선 6.3km 구간을 선형 공원으로 조성했다. 폭은 10~60m에 불과하지만, 수십만 그루의 나무와 녹지가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며 끝없이 이어진다.
개장 당시 서울의 하이라인과 테이트 모던으로 불릴 만큼 화제를 모 았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서울시 도시 재생 사업 ‘잘생겼다 서울’의 일환으로, 2017년 개관했다. 철거와 개발이 아닌 보존과 재생의 방식으로 1970년대 산업 유산인 서울역 고가와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공원화해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다.
도움 I 김원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 교수
사진 I 서울사진아카이브,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한국관광공사
참고 I <서울시 역사공원에 역사의 색 입히기>(김원주, 서울연구원, 2015), <공원을 읽다: 도시공원을 바라보는 열두 가지 시선들>(조경비평 봄, 나무도시,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