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생활 VOL.12 포스트플라스틱 서바이벌
그는 쓰레기 박사로 불린다. 접착제가 남은 종이박스, 다 쓴 치약 튜브는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는 정말 친환경적인지, 외국의 분리배출 제도는 우리와 무엇이 같고 다른지, 쓰레기에 관한 한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다. 플라스틱은 어떨까. 서울환경연합과 유튜브 콘텐츠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를 만드는 자원순환사회연구소 홍수열 소장에게 코로나19 시대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상담했다.
글 정지민 | 사진 윤소진
코로나19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실감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포스트플라스틱(post-plactic)'이란 말을 쓰죠. 플라스틱 이후, 혹은 탈플라스틱이란 의미인데, 포스트플라스틱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전 세계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어요. 플라스틱 이 없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사용하되, 그로 인한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모두의 과제죠. 2020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겁니다. 이 제까지는 문제를 알지만 편리한 대로 흥청망청 써왔다면, 이게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란 걸 모두 인지하게 됐거든요.
기업들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를 찾는 데 열을 올리고 있죠. 바이오 플라스틱이 주목받으며 관련 주가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무엇인가요.
바이오매스, 즉 생물 유기체를 활용한 플라스틱입니다. 식물, 사체를 포함한 생물의 몸, 해조류 등이 모두 재료가 돼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들잖아요. 석유는 수십억 년 전 동식물의 유해가 땅속 깊은 곳에서 고온과 고압을 받아 변화한 것이고요. 물질의 기반을 석유에서 얻느냐, 석유의 원료가 되는 다른 유기체에서 바로 얻느냐의 차이죠. 플라스틱과 성질이 유사하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어 유기물과 마찬가지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돌아갑니다. 썩을 뿐 아니라 퇴비로 활용하는 게 가능해 각광받고 있습니다.
썩는 플라스틱, 퇴비로 쓰는 플라스틱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우선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현재 쓰이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모두 대체하려면 생물자원이 남아나지 않을 거예요. 플라스틱 문제는 복잡하고 거대합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 속에서 문제를 세 분화해 맞춤형으로 전략과 전술을 세워야 해요. 생분해 전략이 필요한 분야가 있습니다. 양식용 부표, 어망, 어구 등은 바다에 설치하면 반드시 일부는 유실돼요.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전환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도록 해야죠. 아직 바다 온도 조건에서 분해 되는데 한계가 있으니 기술 역시 거기 맞춰 개량해야 하고요.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퇴비화 전략으로 가볼 만합니다. 봉투까지 음식물과 함께 퇴비화하는 거죠. 그러나 일회용 컵을 생분해 플라스 틱으로 만드는 건 난센스예요. 생분해하거나 퇴비화하려면 이것만 따로 모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없잖아요. 오히려 플라스틱 쓰레기에 섞여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어요.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해 아예 못 쓰게 하거나, 일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철저히 재활용하는 게 더 나은 전략이에요.
그렇다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큰 그림은 무엇인가요.
재활용이에요. 현재 국내 기준 30%에 불과한 재활용률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려야 합니다. 석유계 플라스틱을 반복 사용해서 순환시키는 건 기후 위기에도 도움이 돼요. 쓰레기로 배출할 경우 주로 소각하는데, 석유를 태울 때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든요. 반면 재활용하면 나오지 않죠. 새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석유의 양도 줄어들고요. 재활용을 기본으로 삼고 식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함께 사용하면, 식물의 생장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흡수되니 역시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됩니다. 사용한 후에는 바이오 플라스틱끼리 모아 퇴비화한 뒤 다시 식물을 키우는 데 사용합니다. 바이오 플라스틱과 석유 플라스틱으로 두 축의 순환 고리를 만듦으로써 플라스틱과 공존하는 사회로 가야 합니다.
플라스틱을 영원히 다시 쓰는 일이 가능한가요. 재활용을 반복하면 품질이 떨어질 텐데요.
현재 시스템하에서는 그렇죠. 이물질 제거가 안 되기 때문인데요. 같은 PP 재질의 플라스틱 병뚜껑이라 해도 사용처에 따라 첨가제와 색소가 들어가요. 분자의 큰 뼈대만 같을 뿐 살을 구성하는 물질이 다른 거예요. 이물질이 섞일수록 분자의 결합력이 약해지고 배출되는 유해 물질 양이 늘어나요. 정말 품질 좋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들려면 제품 생산 단계부터 첨가제나 색상을 몇 가지로 제한해야 하죠. 자원 순환을 위해 물질세계는 더 단순화하고, 표준화 할 필요가 있어요. 다양성은 사이버 세상에서 즐기자고요.
재활용 기술 역시 훨씬 고도화되어야 하겠네요.
확실히 현재 기술로 무한 반복 사용은 불가능하니, 고도화해야죠. 이걸 업사이클링 기술이라 해요. 보통 업사이클링을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해 재활용의 가치를 높이는 좁은 개념으로 알고 있는데, 순환 경제에서 업사이클링은 재활용 기술 고도화를 통해 자원이 반복 순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포괄합니다.
재활용률 100%의 자원 순환 사회로 가기 위해 가장 시급한 선결 과제는요.
플라스틱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이 증가 폭을 누그러뜨려야 해요. 지금 같은 속도로 사용량이 증가하면 백약이 무효합니다. 아무리 자원을 순환시켜도 순환만으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사용량이 일정 수준에서 고정되어야 정해진 총량 내에서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의미가 있어요.
사용량은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까요.
생산 단계부터 자원 순환을 고려하도록 생산자를 바꾸어야죠. 그러려면 먼저 소비자가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사람들이 손쉽게 규제를 요구하는데, 정부는 만능이 아니에요. 소비자와 기업 양쪽의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거든요. 생산자를 규제 할 힘을 소비자가 실어줘야 해요. SNS가 소비자 운동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게는 생산자 책임을 묻는 캠페인이나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부터 온라인 불매 운동까지 방법은 다양할 수 있어요. 기업을 괴롭히는 108가지 방법을 저마다 개발해서 실천해야죠. 상상력을 키워야 하고, 문제의식을 더 세분화해야 해요. 앞에서 말했듯 플라스틱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하거든요. 디테일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해요. 빨대, 일회용 컵 등 각각의 품목에 맞는 플라스틱 어택 난장이 벌어지기를 바라요.
개인적으로 플라스틱 프리를 위해 지키는 원칙이 있나요.
일회용 플라스틱을 최대한 안 쓰려 노력하지만, 완벽하게 지키진 못해요.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의 저자 비 존슨은 1년에 10cm2의 쓰레기를 만든다고 하죠. 모두가 비 존슨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해요.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플라스틱 프리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겠지요.
홍수열
쓰레기에 관한 이론과 제도, 정책, 현장을 아우르는 쓰레기 전문가. 시민단체 '쓰레기 문제 해 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현 자원순환사회연대)'를 거쳐, 쓰레기 범람 시대 쓰레기와의 공존법을 연구하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쓰레기 상식을 알린다. 최근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