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생활 VOL.12 포스트플라스틱 서바이벌
플라스틱 쓰레기와 기후 위기에 두루 도움이 되는 신박한 저장술을 소개한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나오고, 석유는 식물에서 비롯된다. 플라스틱, 석유, 식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탄소다.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한 식물이 지층 아래서 변형되어 석유가 되고, 이를 정제해 만든 탄소 화합물이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소각하면 유해물질과 함께 배출될 탄소가 자원으로 모아 순환시키면 영원히 플라스틱 속에 저장된다.
글 정지민 | 그림 이응
1. 석유
식물은 광합성으로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한다. 식물을 섭취한 동물 역시 몸속에 탄소를 품게 된다. 탄소 덩어리인 동식물의 유해가 땅 속에서 화학 변화를 거쳐 탄생한 것이 석유다.
2. 정유
그대로 태우면 연기와 냄새가 고약해, 석유는 불순물을 거르고 가공하는 정유 과정이 필수다. 끓는 점에 따라 LPG, 나프타, 등유, 경유, 잔사유 등으로 분리된다.
3. 비축
석유는 불균형하게 분포해 무기로 쓰일 수 있는 자원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며 '비축'의 중요성을 깨달은 정부는 매봉산 자락에 비축유를 보관하기 위한 탱크를 묻었는데, 문화비축기지의 전신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그렇게 탄생했다.
4. 플라스틱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가열해 가공하면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탄생한다. 가볍고, 여러 형태로 성형이 쉬우며, 생산 단가가 저렴한 플라스틱은 순식간에 우리의 일상을 점령했다. 1950년대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며 지금까지 83억 톤의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됐다.
5. 온실가스
간과한 사실, 플라스틱은 분자 구조가 안정적이라 자연 상태에서 쉽사리 분해되지 않는다. 매립해도 썩지 않고, 소각하면 탄소를 배출한다. 일부는 염소 성분으로 인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현재 63억 톤의 플라스틱이 지구에 남아 있다.
6. 미세 플라스틱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은 염분과 자외선에 의해 끝없이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다. 해양 생물이 섭취하면 먹이사슬을 거쳐 사람에게 돌아온다.
7. 탄소 저장
매립해도 썩지 않고 태우면 온실가스가 되지만, 성공적으로 업사이클링할 경우 플라스틱은 영원히 우리 곁에 탄소를 고정하는 물질로 남아있게 된다. 탄소 저감에 기여할 뿐 아니라, 새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석유를 퍼올릴 필요도 없다. 그러니 소중한 탄소 저장체는 반드시 재활용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