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다채로운 플라스틱 프리

비축생활 VOL.12 포스트플라스틱 서바이벌

by 문화비축기지

제도와 정책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팔을 걷어붙인 시민 4인을 만났다. 카페 주인부터 테라피스트, 요가 강사, 푸드 벤처의 기획자까지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찾은 플라스틱 프리 실천.




01

플라스틱 프리 밀키트

장민영


'계절의 기억'을 소개해주세요. 지속 가능한 삶을 최우선에 두고 미식을 이야기하는 밀키트예요. 로컬 식재료, 잊혀져가는 한국 음식, 유기농과 친환경, 동물 복지 등을 지향하며 계절의 맛을 담은 음식을 선보여요.

플라스틱 포장재 없이 밀키트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요. 쉽지 않았어요. 국내의 모든 생분해 비닐 업체에 연락해본 것 같아요. 진공 포장이 되는지 물으면 해 본 적 없다는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샘플을 얻어 실험하며 밀키트용 생분해 비닐이 갖춰야 할 조건을 직접 찾아냈어요.

그렇게 자체 제작한 비닐인가요. 그렇죠. 퇴비화 조건을 갖추면 180일 안에 분해돼요. 소각해도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아 씻은 뒤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면 돼요. 그밖에 케이스는 천연 밀짚으로, 안내책자는 사탕수수 부산물로, 보냉재는 전분과 물로 만들었어요.

제작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아직 생분해 비닐이 지닌 기술적 한계가 있는데, 특정 조건 하에서만 분해된다는 점이에요. 소각하면 문제없지만 아무래도 아쉽죠. 플라스틱 프리를 고민하는 기업이 늘면 과학계가 더 나은 대안을 내놓지 않을까 해요.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은요. 생산자 책임제가 필수예요. 제도가 생산자에게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개별 시민들의 실천들이 진정으로 빛을 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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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기억 / 비건 사천 짜장 떡볶이 1만2000원, 팬더스 누들 1만3500원

smartstore.naver.com/foovement



02

앱에 기록하는 제로 웨이스트

정다운


제로 웨이스트 카페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며 일회용품 없는 일상을 제안하는 축제 '유어보틀위크'를 열고 있지요. 2018년 홍대 인근의 카페 7곳과 일주일 동안 일회용 컵을 쓰지 않기로 하며 시작한 축제였죠. 11월에 세 번째 행사를 준비 중이에요.

올해 축제는 어떤 점이 특별한가요. 기간을 한 달로 늘렸고, 참여하는 가게 역시 30곳으로 늘어났어요. 모든 가게가 완벽하게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포장재 없이 사는 옵션을 제공하도록 하려 해요. 사람들이 참여했을 때 리워드를 얻는 시스템을 만들고요.

어떤 리워드가 주어지나요. 앱을 개발하고 있는데, 개인 용기에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일회용품을 거절한 참여자에게 포인트를 주는 거예요. 나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기록하면서 게임처럼 주변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로 참여했는지 정량화해 한눈에 볼 수 있는 것도 앱의 장점이죠.

또 어떤 행사가 열리나요. 다큐 상영회, 토크 살롱, 공론장 등을 기획 중이에요.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어렵게 금지했는데 원점으로 돌아갔어요. 그야말로 배달과 택배의 시대가 됐죠. 변화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어떤 제도와 실천이 필요할지 다 함께 이야기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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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유어보틀위크 / 11월 / 홍제천, 연희동 일대 / @yourbottleweek



03

포장까지 건강한 코스메틱

이윤선


'모호한 곳'은 어떤 곳인가요. 약초와 에센셜 오일 테라피를 연구하는 작업실이에요. 인센스 스틱이나 스머지 같은 방향 제품과 함께, 스킨로션, 비누, 치약, 스크럽, 데오드란트 등 다양한 수제 화장품을 플라스틱 포장 없이 판매해요. 다회용 용기에 덜어가거나, 워크숍에 참여해 직접 만드는 방식이에요.

포장을 없앤 계기가 있나요. 모호한 곳의 물건은 모두 평생에 걸쳐 매일 사용하는 생필품이잖아요. 직접 만들어 쓰다 보니 생각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줄더라고요. 장기적으로 보면 효과가 더욱 극명하죠. 어느 순간 미리 포장된 제품을, 내가 필요한 양과 관계없이,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포함해 사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졌어요.

불편해하는 손님은 없나요. 가게의 원칙을 이해하는 손님이 주로 찾기 때문에 문제없어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조금씩 각자의 불편을 감수하면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현명한 소비가 가능해요. 감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무포장 가게가 많아지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현재 법의 테두리는 너무 좁아요. 플라스틱 프리를 위한 상점의 의욕적인 시도는 쉽게 '비법非法'이 되고 말죠. 공론화하고, 기준을 마련해 이런 실천들을 허용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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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호한 곳 / 수제 화장품 워크숍 5만 원~ / @moho_space



04

참 쉬운 에코라이프 매뉴얼

신지혜


책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소개를 부탁드려요. 도시에 살다 보면 환경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편할 때가 있잖아요.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어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탐구하고 기록했어요.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요가와 명상을 바탕으로 자연과 호흡하며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나투라 프로젝트'를 운영해요. 요가 철학 중에 '아힘사'라는 비폭력에 관한 지침이 있는데, 무지로 인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구, 동물 모두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생활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어요.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불쑥 솟아오르는 분노가 당황스러웠어요.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텀블러 등 여러 용품을 들고 다니는데, 다른 사람들이 간편하게 일회용품을 쓰고 버리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났죠. 강요할 수 없으니,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몸소 실천함으로써 설득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무해한 일상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비닐봉지를 사지 않는 것이요. 사지 않아도 이런저런 경로로 비닐 봉지가 생기잖아요. 있는 비닐을 아껴 쓰며 점차 사용할 일을 줄이다 보면 연쇄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 신지혜, 보틀프레스,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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