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생활 VOL.14 포스트플라스틱 박람회
플라스틱 프리 라이프를 지향하며 생기는 좋은 변화에 집중하다 보면 그동안 편리함을 추구했던 소비생활은 그저 하나의 습관이었음을 알게 된다. 나아가 내가 꾸리는 삶의 방식이 환경을 위한 실천을 넘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방법 중 하나임을 깨닫는다. 이전과는 다른 삶의 주체성을 갖는 데 있어 일련의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할 만하지 않은가.
글, 사진 신지혜
플라스틱의 등장으로 인류의 삶은 무척이나 편리해졌다. 플라스틱은 가공이 쉽고 저렴해 다양한 물건을 빠르게, 많이 만들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일회용품이 쏟아져 나왔고, 물건을 쉽게 구매하고 버리는 탓에 지구는 한계에 다다랐다. 플라스틱이 생활 속에서 쓰이고 버려지는 경로를 따라가면 편의를 이유로 플라스틱을 집어 드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 일회용 생리대가 썩는 데 45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면 생리대로 바꾸었다. 5년 전, 내가 가장 많이 버린 플라스틱은 2L 생수병이었고, 가장 많이 소비했던 플라스틱은 매일 두 잔씩 테이크아웃해서 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용기, 기분 전환 삼아 구매했던 화장품과 생활용품 통이었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구입하는 대신 브리타를 사용하고, 집에서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다니기 시작했다. 드러그스토어는 꼭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만 들른다. 그러자 소비와 지출이 대폭 감소했고, 분리수거하는 수고 역시 줄었다. 이제는 플라스틱 소비 습관을 파악해야 한다. 자신이 일상에서 어떤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지, 가장 많이 소비하는 플라스틱은 무엇인지 확인했다면 이를 줄여보자. 플라스틱 프리 실천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환경을 위해 ‘새로운 플라스틱을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 친환경 소재와 생산 공정이라고 해도 탄소를 배출하기 마련이다. 부디 ‘친환경’, ‘생분해’, ‘재생 플라스틱’이라는 단어에 안심하며 또 다른 소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무언가를 구입해야 한다면 지속 가능한 상품과 제조 방식의 개선을 지지하는 제도 변화에 목소리를 내자. 지구 오염 방지는 물론 나에게도 이로운 플라스틱 프리라면 흔쾌히 시도할 만하지 않을까?
플라스틱 의존에서 벗어나기
플라스틱 프리 실천 강령
① 플라스틱 대체품을 찾는다
대체품, 친환경 소재로 만든 물품이 꽤 있다. 이미 집에 들인 플라스틱이라면 오랫동안 잘 사용하는 것도 새로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리필 스테이션에서 알맹이만 사거나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구입하는 대신 브리타 정수기를 사용하는 것부터 시도하자. 상품의 소비자가에는 플라스틱 용깃값이 포함되어 있으며, 우리가 상품을 구입할 때 플라스틱 쓰레기를 함께 사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② 플라스틱 소비 횟수를 줄인다
포기할 수 없는 플라스틱이 있다. 그런 경우 소비 횟수를 줄인다. 나는 튜브에 담긴 멘톨 향 가득한 치약의 개운함을 포기할 수 없어 아침과 점심에는 직접 만든 치약을 사용하고, 저녁에는 시판용을 쓴다. 또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자 온라인 쇼핑을 한 달에 2회로 제한하고 있다.
③ 안 쓰는 물건은 중고 거래 혹은 재활용하기
플라스틱을 버리기 전에 중고 거래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상태는 좋으나 사이즈가 맞지 않아 더는 못 입는 옷은 중고 거래나 나눔으로 정리하고, 잘 안 입는 옷은 가방이나 앞치마 등으로 리폼해 새로운 물건으로 만든다.
④ 다 쓴 물품도 다시 보자
다 쓴 플라스틱은 세척해 재사용하거나 분리배출한다. 가전제품은 고쳐 쓰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리해서 쓰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프리 라이프
실천으로 얻은 이런 장점
① 케미컬 스트레스가 줄었다
피부 세안과 보습을 위해 비누와 로션만 사용한다. 미세 플라스틱 섬유가 함유된 물티슈나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과 소창, 광목 소재의 다회용 면제품을 사용하고, 포장재로 뒤덮인 가공식품을 멀리하니 몸 상태가 일정해졌다. 특히 월경전 증후군이 현저히 줄었다.
② 삶이 단정하고 간소해졌다
청소나 분리배출 횟수가 줄었고, 무엇을 소비하고 사용할지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편안한 생활 속에서 단정하게 살아가고 있다.
③ 경제적 안정감과 정서적 만족감을 얻다
실제로 플라스틱 프리 라이프를 시작하고 1년간 지출이 70% 가까이 줄었다. 더는 소비를 위해 일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으로 다가왔다. 환경에 무해한 생활을 한다는 안도감도 심신을 평온하게 한다.
신지혜
도시 생활자를 위한 에코 프렌들리 일상 제안서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저자다. 사람과 자연의 연결성을 탐구하고, 사이 좋게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한다. 웰니스 커뮤니티 ‘나투라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며 요가와 클린 하이킹, 자연식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