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생활 VOL.15 오! 영감의 탱크
어떤 작품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과 면모를 발산하는 문화비축기지의 탱크들. 예술을 위한 탱크의 변신은 언제나 옳다. 다채로운 색을 입은 탱크의 모습 다시 보기.
문화비축기지의 마당이다. 옛 콘크리트 바닥을 그대로 드러내 탱크 전시관으로 이어지도록 동선을 만들었다. 야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이벤트가 이뤄지는데, 자동차 극장과 썰매 대회, 모두의 시장을 비롯해 <서커스 페스티벌>, 빛을 활용한 전시 <빛의 바다>, 야외에서 즐기는 클럽 문화 <클럽안전제일> 등 색다른 문화 행사도 진행했다.
기존 탱크의 철재를 모두 제거한 후 상부는 우아하고 시원한 곡선을 품은 야외무대로, 지하는 아늑한 공연장으로 조성했다. 2019년에는 <전통 연희 페스티벌>과 <MBC 환경콘서트> 등 대규모 음악 공연을 펼쳤고, 올해는 6일간 세계 미식 여행을 떠나는 <서울미식주간>, 침묵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등 흥미로운 문화 행사를 개최했다.
낮게 깔린 진입로의 지형, 옹벽과 탱크 사이 텅 빈 공간, 가늘고 긴 파이프 등 탱크 내부의 형태를 그대로 활용했다. 비움이 잘 드러나는 구조라 사운드와 미디어를 활용한 전시를 주로 선보인다. 2020년 시각예술가 권민호의 개인전 <새벽종은 울렸고 새아침도 밝았네>가 열렸는데, 1970~198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 시설의 도면과 구조물의 형태를 활용해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뉴미디어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문화비축기지의 정체성에 걸맞은 전시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T1 파빌리온과 T2 공연장에서 해체한 철판을 재활용해 신축한 건물이다. 문화비축기지 운영사무실을 비롯해 강의실, 원형회의실, 카페 등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 일상을 영위하는 이곳에는 다양한 예술가의 스폿이 자리한다. 벽과 벽이 마주하는 모래시계 형태의 벽면을 배경 삼아 클래식 공연을 여는가 하면, 하늘이 그대로 드러나는 뻥 뚫린 천장과 오목한 형태의 내부가 돋보이는 2층 옥상마루는 서커스 무대가 된다. 외관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는 문화비축기지 바깥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