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생활 VOL.15 오! 영감의 탱크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달리 개방적인 건축 디자인을 선보이며 공원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들을 불러모은다. 고급 문화 양식을 전파하는 곳이자 공공 장소 역할을 하는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이제 하나의 문화 공원을 이룩했다.
글, 사진 정태남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대표작인 ‘절규’의 배경은 오슬로의 에케베르그Ekeberg 언덕에서 바다 쪽으로 본 풍경이다. ‘절규’에 묘사된 2개의 작은 협만 중 하나가 비외르비카Bjørvika다. 비외르비카는 컨테이너가 산적한 구도심의 항만이었으나 2000년대에 접어들며 재개발이 추진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오슬로를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만들기 위해 1999년 오슬로 비외르비카에 오페라 하우스를 세우기로 한다. 국제 공모전을 통해 노르웨이 건축 설계 회사 스뇌헤타가 선정됐다. 2003년에 착공해 2008년 4월에 개관했는데, 첫해 130만 명이 찾으며 단숨에 오슬로의 명소로 떠올랐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강렬한 수평과 사선, 유리로 처리한 면들이 매우 인상적이라 바다에서 솟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처럼 보인다. 먼발치에서 보면 마치 바다에 떠다니던 빙산이 육지에 얹힌 모습이라고나 할까. 외관은 흰색 이탈리아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마감했는데, 계절과 시간에 따라 각각 다른 미묘한 느낌을 준다. 로비에는 물결치는 듯한 형태의 벽면이 펼쳐지는데, 모두 목재로 마감한 덕분에 따스한 느낌을 풍긴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지붕 위 산책이다. 바다와 언덕,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덕에 노르웨이 사람들은 하이킹을 즐기는데, 국민적 특징이 이곳에 반영됐다. 평면으로 조성된 비스듬한 길이 입구에서부터 건물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다. 경사가 완만한 긴 램프는 심지어 바다로도 연결된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건축물을 공원처럼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이곳에서 열리는 야외 공연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한편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바로 옆 해안가에 친환경 첨단 기술을 적용한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등장했다. 뭉크의 전당인 ‘뭉크MUNCH’다. 스페인 건축가 후안 에레로스가 디자인한 박물관으로 지난 10월에 개관했다. 이 박물관 역시 시민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음악과 미술의 전당이 나란히 놓인 비외르비카 해안가는 오슬로에서 가장 매력적인 문화 공원으로 떠올랐다. 만약 뭉크가 이곳에서 또 하나의 그림을 선보인다면 작품명은 ‘환호’가 되지 않을까?
정태남 이탈리아 공인 건축사다. 건축을 비롯해 미술, 음악, 역사, 언어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로마를 중심으로 30년 이상 유럽에서 활동했다.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외 유럽 문화에 관련한 여러 책을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