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선택이 되는 시대, 왜 ‘만드는 사람’은 더 중요해지는가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인도 청년 창업가 니킬 카마스와 긴 대화를 나눈 것이 화제다.
AI, 노동의 미래, 집단 지성, 인구 감소, 경제, 시뮬레이션 우주까지 광범위한 주제가 오갔지만, 그 모든 화두의 끝은 뜻밖에도 한 지점으로 수렴했다. “세상에 유용한 것을 만들어라. 그러면 부는 따라온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돈의 개념까지 흔들릴지 모르는 시대에, 그는 여전히 창업가라는 존재의 의미를 강조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업가 정신의 찬양이 아니라 앞으로의 문명을 규정할 인간 역할에 대한 철학적 선언에 가깝다.
머스크가 X(Twitter)를 인수한 이유도 이 철학에서 읽힌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대해 “도파민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X를 “인류의 집단 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을 구축하는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텍스트는 인터넷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은 적지만, 가장 고밀도의 사고가 담긴 형태다. 영상이 인터넷의 대세가 되더라도,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글로 대화하며 사고를 확장한다. 그래서 그는 X를 언어 장벽 없이 사고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려 한다. 자동 번역 기능을 강화하고, 텍스트·이미지·영상·실시간 대화를 엮어 전 세계의 지적 흐름을 하나의 광장에 모으려는 이유다. X는 그의 기업가적 욕망보다 훨씬 큰, 인류의 지능을 확장하려는 철학적 실험이다.
그러나 머스크의 발언 중 가장 창업가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지점은 따로 있다.
그는 “스타트업의 본질은 투입보다 더 큰 가치를 출력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사회에 기여하는 만큼 시장은 보상하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결국 스스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는 부를 목표로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설립한 모든 기업은 “필요해서 만들었다.” 전기차가 필요했고, 로켓이 필요했고, 실시간 번역되는 공론장이 필요했고, 안전한 AI가 필요했기 때문에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단순해 보이는 원칙은 AI 시대에 더욱 강력한 조언이 된다. 기술이 대부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는, 창업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가 더욱 희소한 자원이 된다.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는 분명히 비약적이다.
그는 “10~20년 안에 인간의 노동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AI와 로봇이 생산과 서비스의 대부분을 자동화하면, 인류는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해방된다. 그는 Universal Basic Income(기본소득) 대신 Universal High Income(고소득 보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사람들은 일하지 않아도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할까. 그는 철학, 창작, 탐구, 관계 같은 본질적 활동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말한다. 노동이 삶을 지배했던 시대가 끝나고, 삶이 일을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의 경제 전망은 더 급진적이다.
AI와 로봇이 만들어내는 생산 속도가 통화 증가 속도를 능가하면 전 세계는 구조적 디플레이션에 진입한다. 이는 돈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화폐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암시한다. 그는 “미래의 진짜 통화는 에너지”라고 단언한다. 태양광 기반 AI 위성이 우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로봇이 스스로 공장을 만들며,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시대라면 기존 경제 체계는 무의미해진다. 이는 미국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생산력의 증가가 부채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면 부채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기 때문이다.
스크의 메시지가 기술 논의를 넘어서는 순간은 AI 윤리를 이야기할 때다.
그는 AI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가치를 “진실, 아름다움, 호기심”이라고 정의했다. 거짓을 믿게 하면 AI는 결국 오류를 축적하며 폭주할 수밖에 없고,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면 인간 문명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게 된다. 그는 특히 “AI가 인간을 흥미로운 존재로 여겨야 공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필연적 불완전성과 창조적 혼란성이 AI에게도 매력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술의 미래를 가치의 문제로 끌어올린 것이다.
머스크가 가장 일관되게 경고하는 문제는 인구 감소다.
그는 “인류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고 말한다. 출산율 저하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문제다. 인간이 줄어들면 사고의 다양성과 집단 지능의 총량도 감소한다. 아이를 왜 낳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아이는 당신을 사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술, 우주, AI, 시뮬레이션을 이야기하던 그가 보여준 가장 인간적인 문장이었다.
결국 머스크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유용한 것을 만들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실패를 감수하라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살라고. AI가 일을 대신하고 로봇이 생산을 맡더라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는 여전히 인간이고, 그중에서도 창업가다. 문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언제나 “무언가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었고, AI 시대에는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머스크가 말하는 미래는 결국 기술의 미래가 아니라 창업가의 미래다.
AI가 아무리 커져도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인간의 의지다. 그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미래는 여전히 열려 있다.
https://www.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5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