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왜 ‘No.1’만 살아남는 지옥이 되었나

요기요, 발란, 퍼블리 위기가 말하는 것

by 신승호

수수료 모델의 한계와 ‘플랫폼 이후’의 생존법

6418_12148_5439.png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수익모델은 오랫동안 단순했다.

거래를 연결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 마켓플레이스, 콘텐츠, 배달, 모빌리티까지 거의 모든 플랫폼은 이른바 ‘통행세’ 구조 위에 세워졌다. 이 모델은 한때 가장 효율적인 디지털 비즈니스의 정답처럼 보였다. 하지만 2026년을 앞둔 지금, 이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수수료는 플랫폼을 키웠지만, 플랫폼을 살리지는 못했다.


‘한국형 플랫폼’의 구조적 모순: 시장은 작고 비용은 끝없이 커진다

우리나라는 플랫폼을 실험하기에는 훌륭한 시장이다. 사용자 밀도는 높고, 기술 수용 속도는 빠르다. 그러나 수수료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

수수료율을 10%로 잡아도 연 거래액(GMV) 1조 원 플랫폼의 매출은 1천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서 마케팅비, 인건비, 서버비, 고객 응대(CS), 분쟁 처리, 물류 보조금까지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사실상 없다. 숫자상 매출은 성장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적자일 수밖에 없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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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부분의 플랫폼은 같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초기 적자를 감수하고 자본을 태워 시장을 장악한 뒤, No.1이 되어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이 ‘성장 서사’가 투자 논리로 작동했다. 그러나 고금리와 보수적 투자 기조가 자리 잡은 지금, 시장은 더 이상 “언젠가 흑자가 날 것”이라는 미래 가설에 돈을 걸지 않는다.


‘레드퀸 게임’에 갇힌 2등 플랫폼들의 운명

플랫폼 산업은 본질적으로 잔혹하다. 한 시장에 여러 사업자가 공존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2등, 3등 플랫폼에게 허락된 선택지는 거의 없다.

명품 플랫폼 발란·트렌비·머스트잇은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명품 커머스는 거래 빈도가 낮고 재구매 주기가 길다. 그럼에도 이들은 점유율 경쟁을 위해 제살깎아먹기식 마케팅을 반복해왔다. 수수료를 올리면 셀러와 고객이 이탈하고, 내리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국 “누가 이기든, 한 곳만 남는” 구조적 한계 앞에서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달 플랫폼 요기요 역시 다르지 않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라는 양강 구도가 굳어지며 3등의 설 자리는 사라졌다. 수수료 인하 경쟁은 곧바로 라이더 비용 증가와 마케팅비 폭증으로 이어졌고, 거래액은 늘어도 이익은 줄어드는 전형적인 ‘레드퀸 게임’에 빠졌다.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 끊임없이 뛰어야 하는, 그러나 결승선은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콘텐츠와 교육 플랫폼인 퍼블리, 탈잉, 클래스101도 같은 벽에 부딪혔다. 한국의 유료 콘텐츠 시장은 애초에 파이가 작다. 마케팅을 멈추면 성장은 즉시 정체되고, 지속하면 수익 구조가 무너진다. ‘좋은 서비스’가 반드시 ‘좋은 비즈니스’가 되지는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이들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플랫폼의 잔혹한 루프: 규모가 커질수록 마찰도 함께 커진다


플랫폼은 흔히 공장형 비즈니스로 오해받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거래가 늘어난다고 해서 비용 효율이 자동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관리해야 할 ‘마찰’이 함께 증가한다.

고객이 늘수록 CS 비용은 커지고, 거래가 복잡해질수록 분쟁과 중재 비용이 증가한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마케팅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문제는, 마케팅을 멈추는 순간 성장이 멈춘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스스로 중독적인 구조를 만들어냈고, 그 중독에서 벗어나는 순간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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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만으로는 안 되는 시대의 시작

그래서 지금 시장은 플랫폼에게 다시 묻고 있다. “수수료 이후의 모델은 무엇인가?”
살아남은 플랫폼들은 이미 답을 찾고 있다. 광고 솔루션, 자체 브랜드(PB), 핀테크, 데이터 비즈니스, B2B SaaS 등 수수료 외의 수익원을 결합한 ‘플랫폼 플러스’ 전략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한 번 잔인한 결론이 등장한다. 이 모든 확장을 시도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체력과 시간은 결국 압도적 No.1에게만 허락된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압도적으로 카테고리를 장악해야만 글로벌 공략이라는 성장 내러티브를 자본시장에 다시 어필할 수가 있다.


지금 플랫폼 산업의 위기는 몇몇 기업의 실패 사례가 아니다. 수수료 모델이라는 비즈니스 공식 자체의 유통기한이 끝났음을 알리는 구조적 신호다. 플랫폼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 플랫폼이라는 ‘껍데기’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진짜 비즈니스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https://www.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6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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