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스테이지가 ‘다음(Daum)’을 품는다면

AI 포털 시대의 서막

by 신승호

AI ‘다윗’은 ‘거인의 도서관’을 갖게 될까?


6508_12271_144.png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카카오 내부에서 포털 ‘다음(Daum)’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Upstage)가 인수 주체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결합은 단순히 ‘스타트업이 포털을 인수한다’는 차원의 뉴스가 아니다. 이는 AI 모델이 자신의 언어와 사회를 담은 거대한 기억 장치를 확보하는 순간에 더 가깝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은 이미 이동했다. 더 많은 파라미터를 쌓는 싸움은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 승부는 분명해졌다.


누가 더 깊고, 더 자국적인 데이터 토양 위에서 사고하는 AI를 만들 수 있는가.


그 관점에서 보면,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인수한다는 가정은 한국 AI 산업에서 보기 드문 전략적 ‘완전체’ 시나리오다.


첫째, 이는 한국어 LLM의 ‘데이터 유전’을 확보하는 사건이다.


다음은 단순한 포털 서비스가 아니다. 뉴스, 카페, 블로그, 댓글과 토론까지 포함해 30여년동안 축적된 한국 사회의 언어 사용 기록을 품고 있다. 이 데이터는 교과서적인 한국어가 아니다. 한국인이 실제로 분노하고, 공감하고, 설득하고, 갈등해온 맥락의 언어다.


업스테이지의 LLM ‘솔라(SOLAR)’가 이 데이터를 직접 학습할 수 있다면, 이는 오픈AI나 구글이 구조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단순히 “한국어를 잘하는 AI”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정서와 사고 흐름을 전제로 추론하는 AI로 진화할 수 있다. 동시에 외부 데이터 구매, 무차별 크롤링, 저작권 리스크라는 AI 기업의 구조적 비용도 대폭 줄어든다. 데이터 자급자족 체계가 완성되는 셈이다.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카카오는 이미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다음 데이터를 비교적 개방적인 정책으로 활용해 왔고, 설령 다음을 매각하더라도 주요 주주로서 카카오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접근 권한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즉,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인수하더라도 데이터의 완전한 독점이 아닌, 공존 구조가 형성될 여지는 남아 있다.


둘째, 실시간 RAG(검색 증강 생성)의 결정판이 만들어진다.


현재 LLM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환각’과 ‘정보의 최신성’이다.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 RAG이며, 이 기술의 성패는 결국 어떤 검색 인프라와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업스테이지의 모델이 다음의 검색·뉴스 인프라와 결합할 경우, 사용자는 더 이상 단순한 링크 묶음을 받지 않는다. AI가 최신 기사와 신뢰 가능한 출처를 종합해 ‘답변 그 자체’를 제공하는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진다. 이는 퍼플렉시티(Perplexity)의 한국형 진화이자, 검색 포털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전환점이다.


셋째, 업스테이지는 단숨에 B2C 접점과 국가 단위 테스트베드를 확보한다.


업스테이지는 지금까지 강력한 B2B AI 기업이었다. 그러나 AI는 결국 대중의 일상 속에서 쓰이고, 검증되고, 수정될 때 완성된다. 다음은 여전히 수천만 명의 월간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이다.


메일 자동화, 뉴스 요약, 댓글 정리, 카페 운영 보조, 블로그 글쓰기 등 일상적 사용 맥락에 AI를 자연스럽게 이식할 수 있다면, 업스테이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실시간 AI 실험과 피드백 루프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어떤 스타트업도 단기간에 얻기 어려운 자산이다.


넷째, ‘소버린 AI 포털’이라는 지위가 열린다.


소버린 AI란 단순히 국산 모델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국의 언어, 문화, 제도, 감정 구조를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현재 한국에서 이 영역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다. 만약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인수해 AI 중심 포털로 재편한다면, 한국 AI 생태계는 처음으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산업적으로도, 국가 전략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특히 보안과 데이터 주권을 중시하는 공공·정부 B2G 시장에서 ‘국산 모델 + 국산 포털 데이터’ 조합은 매우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물론 현실적인 부담도 분명하다.


스타트업이 감당해야 할 포털 운영 비용, 인건비, 서버 인프라, 조직 관리의 복잡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카카오가 향후 검색 고도화와 AI 전략 속에서 다음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그 그림 역시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 거래가 실제로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 시나리오가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이 거래의 본질은 ‘다음의 부활’이 아니라, 검색의 시대를 끝내고 ‘답변의 시대’로 넘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더 이상 지는 해가 아니다. 업스테이지라는 두뇌를 얻는다면, 다음은 한국 AI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가장 방대한 기억 저장소, 다시 말해 AI 포털 시대의 원유가 될 수 있다.

https://www.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650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플랫폼은 왜 ‘No.1’만 살아남는 지옥이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