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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쿰파니스 Jul 09. 2024

달콤 쌉싸름한 여름밤, 복숭아의 꿈

‘별빵’이 만든 ‘드림 샌드’

(이 글은 화순매일신문에 실린다.)


복숭아 과자 드림 샌드와 시그니쳐 빵인 먹물 크런키


여름이다. 

이때쯤 떠오르는 추억 한 토막.

 

무더운 여름밤, 

마당엔 멍석이 펼쳐졌고, 한쪽엔 모깃불이 피어올랐다. 

자욱한 연기 사이로 때론 앉고 누군 누웠다. 

하늘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별들이 빼곡하게 반짝였다. 

도란도란 이야기가 흘렀고, 장단처럼 부채 부치는 소리 끼어들었다.

 

친구들과 개울로 목욕하러 갔던 누이가 돌아오는 

재잘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져 오면 어머니는 복숭아를 꺼냈다. 

복숭아는 밤에 먹어야 제맛이었다. 

달콤함은 인간만 탐하는 것이 아닌지, 벌레가 많았다. 

어머니는 그게 보약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렇게 단백질을 보충하며 여름을 나는 힘을 얻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보리타작이 끝나고 난 여름은 좋았다. 

보리 한 됫박과 바꿔 온 복숭아 한 광주리,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었다는 안도감과 함께하는 달콤함, 

여름날의 기쁨이었다. 

지금이야 수입 과일과 열대 과일이 있지만. 

옛 시절이 그리운 추억이다.

 

전라남도 정중앙에 있는 화순은 땅 맛이 좋기로 소문났다. 

가을이면 전국 각지에서 팥‧콩‧들깨 등 곡물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복숭아도 달고 향기롭다. 

일부 미식가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오르내렸지만, 

널리 대중들까지 퍼지진 못했다. 

아마도 전국 어디서나 복숭아 심지 않는 곳이 없어서일 것이다.

 

이것이 안타까웠을까. 화순의 복숭아로 빵을 만드는 곳이 있다. 

‘별을 보며 빵을 굽다’라는 빵집이다. 

애칭은 ‘별빵’이다. 

일본에서 빵을 만드는 스카코모 쿠미가 쓴 《달을 보며 빵을 굽다》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역 농가와 상생을 중시하는 그녀의 빵 철학에 끌려 

빵집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화순음식문화거리’는 광주광역시 광주대학교 앞에서 도곡면으로 가는 방면에 있다. 

화순도곡온천과 가깝다. 

도곡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통행이 많아졌다. 

고인돌 유적지나 운주사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곳에 빵집으로는 ‘별빵’이 처음으로 자리를 잡았다.

 

“복숭아는 여름 과일의 황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너무 짧아요. 

6월에서 8월, 잠깐이에요. 

1년 내내 복숭아를 먹을 수 있는 걸 생각해 보았어요. 

화순 복숭아를 널리 알리고도 싶었고요. 

솔직히 말해서 인지도가 아주 낮거든요. 

수년째 알리고 있지만 잘 몰라요.

 

이름요, 꿈이에요. 

복숭아의 꿈. 

복숭아 농가의 꿈을 실현해 준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저도 복숭아 농가도 같이 잘되면. 

제 목표요 상생이죠. 

화순 복숭아와 별빵이 상생하는 드림(Dream)요. 

그래서 ‘드림 샌드’에요. 

이렇게 불러 주었으면 좋겠어요. 

‘복숭아 드림’이라고요.

화순의 복숭아가 전국적인 명물이 되는, 그리고 우리 별빵의 꿈요.”

 

두 가지 모양이었다. 

고급스러움과 멋스러움이었다. 

멋스러움은 쿠키를 타르트 형태로 만들어 복숭아 잼을 담은 데서, 

고급스러움은 휘낭시에의 우아함에서 느껴졌다. 

세련된 모양에 어머니의 맛을 담았다고나 할까.

 

드림 샌드와 어울리는 빵이 있었다. 

시그니쳐인 ‘먹물 크런키’였다. 

찹쌀을 오징어 먹물로 맛을 낸. 

까만 밤하늘을 닮은 겉모습에 눈부시게 하얀 속살이 매혹적이었다. 

한 입 베어 물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치명적인 유혹처럼.

 

창밖에 어둠이 내렸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지 한껏 여유롭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그리고 드림 샌드 한 입. 

쌉싸름한 향기 위로 번지는 달콤함. 

깊어 가는 여름밤, 복숭아의 꿈이 입안 가득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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