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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Feb 20. 2023

모두의 보금자리

모두의 보금자리



한글검정능력협회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992년 한글날에 한글검정능력협회를 만든 것은 세상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협회가 검정을 실시한 것만이 아니라 스피치 콘테스트를 열기도 하고 K-CON 등의 큰 이벤트에 나가 한글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해 온 것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워졌습니다만 이렇게 되기까지 실은 무대가 아닌 곳에서 정성껏 활동을 한 분들이 계셨다는 것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을 처음으로 만드는 것은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91년에 일본에 유학을 와 유학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일본 내의 한국어, 한국 서적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늘 관심이 있었습니다. NHK 한글 강좌를 보면서 한국어가 어떻게 일본어로 표현되는가를 공부하였고, 책방에 가면 어떤 한국 책이 번역이 되었나를 살펴보는 사람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번역 집단 시카고”라고 그럴듯한 상호를 붙여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단지를 만들어 각 방송국, 신문사 등에 팩스를 보내 일을 따곤 했지요. 당시 한국어를 번역하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시카고에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의뢰가 오기도 하였습니다. 셀린 디옹의  무도관 공연 때 우리는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서비스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당시 90년대 초에는  전철이나 공공장소에 한국어나 중국어의 안내 표기가 없었던 시절입니다. 저희는 끊임없이 팩스로 구약소나 전철 회사 등에 한국어, 중국어 표기를 해달라고 청원을 넣기도 했습니다. 이때 저희는  NHK 한글강좌와 한글검정능력시험을 항상 예로 들었습니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많고 심지어 검정시험을 보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으며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많으니 한글 표기 서비스를 하루빨리해야 한다고요.


제가 한국문학을 번역 출판하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한국어 원서를 판매하는 책방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실은 오래도록 한국어 보급, 한국어 학습자를 응원해 온 한글검정능력협회 같은 곳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방을 내려한다는 제 말에 주변의 많은 분들이 다 반대를 하셨습니다. 한국어 원서를 읽을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겠냐는 것이었지요. 그렇지만 한글검정능력이나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는 수험자들이 매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책방을 차렸습니다.

2022년 7월 7일로 저희 책방 책거리는 7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이렇게 출판사를 하고 책방을 운영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한글검정능력협회가 있었다는 것을 털어놓습니다.

세상에 없던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그 주변에 많은 이들이 모여들면 문화가 된다고 봅니다. 제게 있어 아니 한국어를 공부해 온 많은 이들에게 한글검정능력협회는 시스템이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보금자리가 아닐까요.

진심으로 한글검정능력협회가 더 오래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금자리가 되도록 저도 한몫 거들도록 하겠습니다.



김승복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와 니혼대학 예술학부 문예과를 졸업한 후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2007년 쿠온출판사를 설립하여 한국문학을 비롯해 한국 관련서를 기획, 번역, 출판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진보초에서 한국어 책을 파는 북카페 책거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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