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승복 (쿠온출판사 대표, 에이전시 K-BOOK진흥회 사무국장)
올해 일본에서 한국문학은 여러모로 경사가 겹쳤다.
제4회 일본번역대상에 요시카와 나기 씨가 번역한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쿠온 출판사)과 폴란드 작가 볼레스와프 프루스의 “인형”(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을유문화사에서 2016년에 번역출판되었다) 이 함께 공동 수상하였다. 일본 번역대상은 번역가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고 무엇보다 해외의 우수한 문학작품을 일본어로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번역가들과 독자들이 만들어가는 독자참가형 상이다. 전년도 12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13개월 동안 간행된 번역작품 중에서 일반독자와 선고위원이 뽑은 15개의 작품이 선정되어 다시 2차 선고와 최종선고를 거쳐 뽑힌다.
올 해는 제4회로 매년보다 많은 18 작품이 2차 선고 대상 작품으로 뽑혔다. 이 안에 한국문학이 3 작품이 되었다.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편혜영 “아오이 가든”(쿠온 간행), 정유정 “7년의 밤” (쇼시칸칸보 간행)이다. 한국문학이 여러 출판사들에서 번역출판되는 시점에서 이런 수상은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되었다. 수상자인 요시카와상의 수상소감이 이 일련의 상황들을 잘 표현하고 있어 일부 소개한다.
--쿠온의 「새로운 한국의 문학」 시리즈를 시작으로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의 현대 문학 번역 출판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소설을 일본어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일본어권 독자들을 바로 감동시키는, 역량을 가진 한국 작가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런 번역서 중의 한 권입니다. 이번 일본번역대상 수상은 그 큰 흐름의 결과로 봅니다. --
노미네이트 된 작품 중에는 시집, 그림책, 그래필 노벨 등도 있으며, 언어권도 다양하다. 중국, 러시아, 이라크, 스페인, 폴란드, 모잠비크, 이탈리아, 대만, 영어 등 다양하다. 선정도서가 다양하고 폭이 넓은 것을 보면 이 상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다.
01.(수상식 사진)
02.(수상작품 살인자의 기억법)
⚫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소설 번역 콩쿠르 실시
한국문학번역원의 후원으로 쿠온과 K-BOOK진흥회가 주최한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소설 번역 콩쿠르”가 최은영 작가의 작품 “쇼코의 미소”를 과제작으로 실시되었다. 필자가 주최자였기 때문에 이 콩쿠르를 얽힌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드릴 수 있겠다.
이 콩쿠르는 표제작 “쇼코의 미소”와 이 단편집에 실린 또 다른 단편 1편을 번역하여 응모하는 콩쿠르였는데 3개월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212명이 응모를 해 왔다. 일본 전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의 응모자들도 많았다. 한류 붐으로 한국어 학습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학교 관계자들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한국어를 배운 중상급자들 212명이 이처럼 번역에 관심을 두고 실질적으로 과제작 2편을 번역해서 응모한 사실은 대단한 화젯거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번역콩쿠르의 과제 작은 짧은 단편이거나 그림책 등으로 문자수가 적은 작품들인데 비해 쿠온에서 실시한 이 번역콩쿠르 과제 작은 무려 50,000자 정도가 된다. 번역의 질 외에 번역자의 의욕, 역량까지도 체크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2편을 다 번역하여 응모를 한 이가 212명이지만 도중에 좌절하거나 시간 안에 번역이 안되어 응모를 하지 못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쿠온이 운영하는 책방 책거리에서 팔린 원서만 해도 400여 권이 넘는다)
일본 거주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한국 거주자도 50여 명이 넘었다. 92%가 넘는 여성들이 응모를 하였으며 연령대는 40대가 가장 많았으며, 20대-50대도 고루 있었으며 60대가 5명, 70대가 3명이었다. 번역 경험자도 76% 이상으로 많았으며 한국유학경험자도 많았다. TOPIK 6급(국립국제교육원 시행의 한국어능력시험. 6급이 가장 높음) 한글능력검정 1급(일본에서만 실시하는 한글능력검정협회 시행. 1급이 가장 높음) 합격자들이 많았다. 이는 한국어 학습 상급자가 많고 응모작품의 질 또한 높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응모자가 예상외로 많아 1차 심사원만 해도 23명으로 확대하고 중간에 1.5차 심사를 실시하고 2차 심사까지 거쳐 부산거주의 마키노 미카(牧野美加)씨가 최우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우수상으로는 홋카이도 거주의 고바야시 유키(小林 由紀) 씨, 도쿄에 거주하는 요코모토 마야(横本麻矢).
이 세 사람이 콩쿠르에 응모한 작품을 포함하여 나머지 작품도 번역하여 오는 12월에 쿠온에서 단행본으로 간행을 한다.
또한 이 콩쿠르 수상식을 일본 내 출판/번역 관계자들이 다 모인 자리인
“번역페스티벌 2018-세계의 말을 엮는 사람들” 이벤트 때 실시함으로써 한국문학의 활성화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번역페스티벌 2018-세계의 말을 엮는 사람들”
"번역"을 키워드로 세계 각국의 언어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유명 번역가들, 번역 문학을 시리즈로 내고 있는 출판사의 편집자들과 함께 문학의 재미와 깊이를 즐기는 시간.
일시: 7월 21일(토) 13:00~17:00(개장 12:30)
장소: 도쿄 한국문화원(2층 한마당 홀)
신청: http://honyakufes2018.peatix.com
공동주최: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주식회사 쿠온
후원:한국문학번역원
<프로그램>
Part 1. "책이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 13:00~14:00
"한국문학의 선물", "크레스트 북스" , "에쿠스 리브리스" ,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 등 화제의 해외 문학을 차례차례 선보이는 편집자들이 어떤 시각에서 작품을 선정하며 번역가와는 어떻게 일하는지 그 속내를 보여줍니다.
패널:사이토 노리다카(쇼분샤), 스가이 리에코(신초사),
후지나미 타케시(하쿠스이샤), 김승복(쿠온)
Part 2 "번역 최전선" 14:10~15:40
외국 문학작품을 자국어로 읽으려면 번역가라는 존재와 그의 작업이 필수입니다. 한 권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번역가이기에 피할 수 없는 갈등, 고민, 때때로 얻는 기쁨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진실한 이야기를 펼칩니다.
패널:아마노 켄타로우(중국어), 카네하라 미즈히토(영어), 마쓰나가 미호(독일어)
쿠리하라 토시히데(이탈리아어), 후루카와 아야코(한국어).
Part 3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책 번역 콩쿠르" 시상식 15:50~16:50
제1회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책 번역 콩쿠르" (주최:주식회사 쿠온 · K-BOOK진흥회, 후원:한국문학번역원)에 국내외에서 번역가 총 212명이 응모했습니다. 심사위원인 나카자와 케이(소설가), 요시카와 나기(번역가), 김훈아(번역가), 온 유주(소설가)가 심사평과 수상자를 발표하고 수상자에게 시상을 합니다.
⚫ 한국 서적에 대한 가이드 북 간행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일부 보조로 매년 발행되는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책 50선” 가이드 북 및 일본 출판사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개최 등으로 번역 계약이 이루지는 건수가 해년마다 늘고 있다. 일본어로 한국의 서적에 대한 정보 발신을 꾸준히 하는 곳은 우리가 운영하는 K-BOOK진흥회이다. 매년 한국의 출판사정, 출판사 소개, 한국과 일본의 출판 이벤트 소개, 일본에서 번역이 되면 좋은 한국 책 50선 등 176페이지 분량의 가이드 북을 간행한다. 번역가들과 출판 관계자들이 도서를 추천하고 그 추천된 도서들 중에서 50 작품을 골라 50 작품에 대한 소개문을 일본어로 작성한다. 선정기준은 1. 한국을 폄하하지 않는 테마로 2. 시의성이 있고 3. 유익하며 4. 판권계약이 가능한 서적이면 된다.
소개하는 책들은 문학에서 실용도서, 인문, 역사, 만화,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다.
혹 이 글을 읽는 출판 관계자들 중에 자사 출판문 소개를 원하시는 분이 계시면 우선 메일로 해당 책 타이틀을 알려주시면 좋겠다. 적극적인 분을 우리는 좋아한다.
<50선 사진>
번역이 되면 좋은 책 50선을 6년째 소개하여 많은 타이틀이 번역 출판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일본어로 읽을 수 있는 한국 책 가이드 북인
“ ちぇっく CHECK”을 만들어 일반서점 및 도서관, 대학 등에서 일반 독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 사람들에게 한국책을 번역하여 내봅시다에서 이제는 일반독자들에 에게 이런 재미난 작품들이 있습니다,를 발신하는 셈이다. 작가나 평론가, 서평가들에게 서평을 부탁하고 각 출판사들이 낸 책들을 소개한다. 물론 앞으로 간행예정 코너도 만들어 독자들의 기대감도 높여 놓는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한국을 연구하시는 분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늘 책을 추천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분들이라 이렇게 정리된 가이드 북이야말로 보물이라고 하신다.
<책책 사진>
또한 이 가이드 북에서 소개한 책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출판사를 모아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명실상부한 북페어이다. 그리고 공식 웹사이트 www.k-bungaku.com에서는 주 2회 새로운 책들을 소개하며 일본 내 한국 책에 관한 소식들을 매주 업데이트 하고 있다.
일본에 있으면서 한국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기는 사실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국의 출판사사나 저자들, 출판관계자들이 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셨으면 한다. 중개를 할 때 발생하는 비용 이외에는 따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공식 웹사이트 사진>
⚫ 6사 공동 페어 등으로 한국 문학을 전시 판매
한국문학이 크고 작은 다양한 출판사에서 번역출판되고 있다. 필자는 올 초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 <일본에서 한국문학은 시미권을 얻었다>라고 썼다. 실지로 올 후반기에는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장르의 책들이 번역출판될 예정이다. 한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치쿠마쇼보(筑摩書房)에서 간행될 예정이다. 치쿠마는 80여 년 전통의 인문서를 펴내는 우량출판사이다. 또한 아키쇼보 (亜紀書房)에서는 올 가을부터 정세랑, 김혜진 등을 필두로 하여 한국문학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이와나미쇼탱(岩波書店)에서는 한국의 그림책 “수박 수영장”을 낸다. 그림책 전문 출판사인 브론즈신사에서는 백희나 작가의 작품을 시리즈로 낼 계획이다. 오는 9월에 백희나 작가를 초청하여 서점원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한국의 그림책이 최근 들어 일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미래진행형 간행일정이 있는가 하면 기존에 한국문학을 내온 출판사들이 의기투합해 6 사공동 페어를 기획하여 서점들에게 제안하여 현재 절찬 페어 중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쿠온을 비롯하여, 쇼시칸칸보, 쇼분사, 가와데쇼보신사, 하쿠스이샤, 크레인 사의 작품을 각기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POP를 작성하여 서점에 진열하는 스타일로 주목을 끌었다.
일본의 서점은 아직 매대를 판매하는 곳은 없다. 대신 이런 페어를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판매가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스페이스는 돈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페어는 지속되지 않는다.
각종 북마켓에 출점
한국문학이 재미있다,는 미디어의 소개가 책이 번역출판되어 나올 때마다 크게 나온다. 규모가 있는 출판사들이 번역출판을 하다 보니 그 빈도수가 크다. 일본도 역시 책을 간행수가 많은 출판사의 책 소개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올해 들어 신문을 비롯하여 여성지, 문학전문지 등에서 한국문학을 특집으로 다룬 매체들이 많았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문학을 읽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여러 출판사에서 경쟁하듯 소개되기 시작한다. 한국문학을 중심으로 내는 필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시절이다.
그러나 이때 더 힘을 기울여할 곳이 있다. 지방도시이다. 서점의 북페어며 작가 이벤트 등이 아무래도 중앙인 도쿄에서 이루어지는 데 비해 지방은 한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참으로 불모의 지대이다. 지방에서 실시하는 북마케이나 한류 관련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가를 하여 한국서적을 홍보한다. 이때는 일본어로 번역된 여러 출판사의 책들은 물론 한국어로 된 책들도 함께 가져가 소개를 한다. 때때로 한국문학강연 프로그램을 주최 측에 부탁하여 필자 자신이 강연하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국문학에 대한 보다 자세한 소개와 독자 충성도를 높여간다. 사실 현장에서 판매하여 올리는 수익대비 교통비, 물류이동비, 숙박비는 비교대상이 안될 정도로 적자이다. 그러나 이런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관계는 그 어떤 가치보다 오래가고 숭고한 것을 여러 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오사카 아시아 북마켓 사진>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필자가 가까이서 보고 겪은 것 혹은 직접 기획하여
실시한 것들이다. 따라서 그 효과치가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힌다. 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문학의 저변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 출판사에서 열심히 양질의 책을 부지런히 내면 되는 줄 알았으나, 마켓이 워낙 작다는 것을 알고 마켓 확장에 힘을 들였다. K-BOOK진흥회를 만들어 공식사이트와 가이드북을 만들고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독자들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우리 출판사만의 독자가 아니다. 아직 일본의 독자들은 쿠온의 독자라고 할 수 없다. 한국문학을 읽는 독자인 것이다. 한국문학의 저변이 확대되어야 쿠온의 독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필자가 가까이서 보고 겪은 것 혹은 직접 기획하여
실시한 것들이다. 따라서 그 효과치가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힌다. 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문학의 저변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 출판사에서 열심히 양질의 책을 부지런히 내면 되는 줄 알았으나, 마켓이 워낙 작다는 것을 알고 마켓 확장에 힘을 들였다. 다양한 출판사에서 다양한 저자의 책이 번역출판되어야 시장이 커지고 그러다 보면 저연스럽게 쿠온의 책도 팔리는 구조가 될 터이다. 그래서 바로 K-BOOK진흥회를 만들어 공식사이트와 가이드북을 만들고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혹자들은 이런 필자에게 왜 경쟁상대를 일부러 만드는가라고 고개를 갸웃한다. 늘 하는 대답이지만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어야 경쟁이라는 말도 성립이 된다. 지금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서적의 번역출판은 이제 막 시장이 만들어지는 중에 있다. 배가 들어왔으니 더 많은 장치의 노를 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