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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Nov 25. 2021

아이의 장기자랑

11월은 학교를 마무리하기 직전 달이다 보니 교실에서 소소하게 장기자랑이 열린다.

작년에는 코로나라 집에서 줌으로 해서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학교에서 한다고 하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한 달 전부터 초4 딸과 초1 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템을 궁리했다.


초4 딸은 지금까지 장기자랑 때마다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께서 15분씩 봐주신다. 올해는 학교 오케스트라에 뽑혀서 12월 8일에 연주회도 갖는다. 친구와 함께 바이올린 2중주를 하겠다고 했다가 친구가 포기하는 바람에 바이올린 말고 다른 걸 하겠다고 선언했다. 운동도 잘하고, 코딩도 잘하는 터라 아이스하키, 바나나 피아노 등등 얘기했는데 다 싫다고 한다.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혼자 3D 프린터로 작은 블록들을 뽑고 박스를 가져간다. 마이크로비트에 레이저를 연결해서 발명품을 설명하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다.


둘째는 칼림바를 할까 고민하다가 여사친과 함께 발 줄넘기를 하겠다고 했다. 발 줄넘기는 아이가 최고 500번까지 돌렸을 정도로 자신 있는 아이템이다. 1년간 열심히 한 아이스하키를 슬쩍 밀었으나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여사친과 함께 놀이터에서 만나 미리 연습도 한번 했다. 아이들의 몸놀림이 가볍고 경쾌하다. 장기자랑인 오늘 너무 떨리고 기대된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점점 자신만의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도 밤이면 무섭다고 네 식구가 함께 잠들 만큼 아가 아가 하기만 하는데, 본인이 자랑하고 싶은 장기에서만큼은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니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은 학교 다녀와서 얼마나 종알거릴까. 아이들 좋아하는 간식 준비하고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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