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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Feb 16. 2022

달항아리가 보고 싶어 박물관에 갔다

달항아리가 보고 싶었다. 가기 싫다는 애들을 차에 싣고 국립중앙박물관 무작정 갔다. 애들에게는 국보를 찾아오라는 미션을 주었다. 혼자 3층으로 갔다.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박물관이 좋았다. 문화재에 놀라운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박물관이 풍기는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좋았다. 늘 쾌적한 실내에서는 깔끔한 공기가 흘렀다.


아이들과 함께 가기 시작했던 것은 작년부터였다. 불국사 내에 있던 작은 박물관도 좋았고, 경주박물관도 좋았다. 국보 찾아서 사진 찍을 때마다 유튜브 보여준다고 했더니 아이들도 열심이었다. 한국의 국보만 모아놓은 곳은 없냐는 첫째의 질문에 국립중앙박물관도 함께 갔었다.



혼자 조용히 박물관을 둘러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관람객이 아무도 없는 공간에 나 혼자 오롯이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예쁜 것들로만 있는 공간이라니!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예전에는 도자기와 불상이 박물관에 있는 게 사실 잘 이해가 안 되었다. 다 똑같아 보이는데 누군가에게는 국보나 보물 딱지를 붙여주고, 또 다른 것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도 의아했다. 오래된 물건들의 무덤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조금씩 가치가 보인다. 인자한 부처의 표정, 재치 넘치는 장식, 아름다운 색깔로 눈부시게 빛나는 겉면, 세심하게 세공된 금 장식품까지! 정성스럽게 만들었을 누군가의 마음이 보인다. 완벽한 선 하나를 긋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얼마나 많은 고민과 다듬음이 지나갔을까. 그저 아름답다 느껴진다. 오래 두고 볼수록 더 아름답다. 카피 제품이라도 갖고 싶을 지경이다.



박물관이 좋다. 누군가의 소중한 마음이 느껴지는 공간. 나 혼자만 조용히 누리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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