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으로 냉동삼겹살을 구워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귀찮아졌다. 시켜먹자니 뒤처리 하기도 귀찮다. 나가기 귀찮아서 집밥 먹는 요즘인데, 오래간만에 외식이다! 옆동네 놀이터로 놀러 간 둘째를 데리고, 동네 파스타집으로 향했다.
여덟 살이던 둘째와 맛집 투어 삼아 단둘이 갔던 그곳은 둘째의 최애 맛집이 되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혼자서 한 그릇 가득 담긴 파스타를 모조리 흡입했다. 식당 입장 전,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그릇 다 먹을 수 있어?”
“응응! 나 엄청 배고파.”
아이들과 가게 되면 보통 두 그릇을 시켜서 나눠 먹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두 그릇을 시키면 내가 먹을 것이 없어지는 맘 상하는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1인 1 메뉴를 시켰다. 아이 둘 다 어지간히 배가 고팠던 듯 파스타를 허겁지겁 먹어댄다. 영어 학원 2시간 갔다가 놀이터 2시간 놀았으니 그럴 수밖에.
셋이서 배 두들기며 만족스럽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첫째는 어린이 과학동아를 사달라고 하고, 둘째는 놓지 마! 과학을 사달라고 조른다. 좋다! 오늘은 엄마가 기분 좋은 날. 원하는 책 한 권씩을 호기롭게 질렀다. 온라인 서점에서 사면 10% 싸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 바로 사서 읽는 기분도 놓칠 수 없으니까. 걸어서 10분이면 집에 도착하는데, 빨리 읽고 싶다며 책방 앞에서 둘 다 책에 코 박고 읽고 있다.
흐뭇한 밤이다. 살짝 차가운 밤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하루가 오늘만 같았으면 싶다. 아이들과 여행한 듯 밤 산책을 자주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