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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Apr 05. 2022

내 자식에게 맞는 영어학원은 어디인가

영어는 너무 어렵다 ㅠㅠ

첫 아이를 낳고, 내 머릿속은 ‘영어’를 어떻게 하면 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유행하던 엄마표 영어 책도 많이 읽었다. 하루 4시간 흘려듣기와 하루 30분 집중 듣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루 1시간만이라도 흘려듣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아침에 학교(어린이집, 유치원) 가기 전까지 영어로 TV를 틀어줬다.


첫째는 내 욕심의 희생자였다. 유치원 때는 차에 타면 내가 더 신나서 노부영을 따라 불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영어뮤지컬 수업을 듣게 해 연말이면 영어로 꽉 채운 한 시간짜리 공연도 했다. 대형 영어 학원도 보내보고, 리딩 중심으로 진행하는 소규모 영어 그룹 수업도 해보고, 필리핀 화상 영어 수업도 시켜봤다. 그러나 모든 것의 끝은 아이의 눈물이었다.


영어가 너무 싫어. 난 영어 못해. 난 영어 안 할 거야. 영어를 왜 잘해야 해!”




첫째와 영어 활극을 쓰는 동안, 둘째는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다. ‘첫째 때 시켜보니 시간과 돈만 아깝더라’는 생각에 둘째는 놀이터에서 마냥 놀게 했다.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놀기만 해도 둘째는 행복했다. 어디 팀 짜서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친구가 있는 곳에 아이의 행복이 있었다.


2학년이 된 둘째도 슬슬 영어를 시켜볼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그런데 답이 없었다. 보내고 싶은 학원도 없고, 해보고 싶은 체험도 없었다. 그저 아이가 재밌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곳을 원했는데…. 그러던 중 옆집 언니가 영어학원 같이 보내자고 손을 내밀었다. 아들 셋을 키우는 육아 만렙의 언니가 첫째, 둘째를 이미 보냈던 미사에 있는 왓썹 영어학원이었다. 학원 오픈할 때 설명회도 갔었다. 첫째 레벨테스트도 봤었던 곳이었다. 좋은 건 아는데, 차량 지원이 안 되는 학원이다. 그래서 여러 번 망설이다가 못 보냈던 곳이었다. 옆집 언니는 둘이 번갈아가며 라이드 하면 된다고 설득했다.


2022년 1월, 첫 수업을 받고 둘째가 돌아왔다. 첫날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영어학원 시작 전까지 소문자를 다 익혀 와야 한다는 당부가 살짝 쎄-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첫날 배워온 영어 단어가 ‘kick a ball’, ‘pick up a ball’이었다. 영어학원 첫날의 국룰은 cat, dog 아닌가. kick이 웬 말인가 싶었다. 숙제도 가관이었다. 배운 단어를 다섯 번씩 읽고 밴드에 올려달라고 했다. 단어를 몸으로 표현해서 가족과 함께 게임하는 장면도 영상으로 찍으라 했다.


Oh, my god!

망했다! 둘째는 언어가 유독 느렸다. 한글 읽는 것이 도대체 되질 않아서 일곱 살 11월에 겨우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를 읽었을 정도였다. 첫날 영어 숙제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음성 메시지 녹음하는 내내 아이의 망설임이 가득 담겼다. 숙제를 시키다가 내가 답답해서 죽겠구나 싶었다. 내 고충을 눈치챘는지 옆집 언니는 딱 6개월만 버텨보라 했다. 쉬운 영어학원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짜 빛을 발하는 곳이라며 말이다.


동사가 조금 익숙해질 무렵, 시련은 또 찾아왔다. January, February, March를 가르치며, ‘What month?’ 답을 하게 시키더니, 그다음에는 계절, 날씨 등등이 이어졌다. 일주일에 하나씩 새로운 자극이었다. 둘째는 영어학원에 다녀오면 ‘선생님이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어. 영어학원 재미없어.’라고 했다. 선생님이 보내주는 영상을 보면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영어로 대답하는데, 내 자식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보는 엄마는 속이 터졌다. 그래도 꾸역꾸역 같이 숙제를 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났다. 아이가 영어학원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아이가 심심하다며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영어학원에 두 시간 있었던 것 맞냐고 반문했다. 게임하고 신나게 놀았을 뿐인데, 단모음으로 된 영어 문장을 읽고, 영어로 질문하면 무슨 말인지 대충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What color is your hair?
It’s black!


됐다. 됐어. 앞으로 더 재밌을 시간만 있을 거야. 고맙다! 둘째야~ 고맙습니다! 앨리스 원장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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