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생활자의 독후감
아침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한 시간 정도 근처 공원을 걷는다. 코스도 다양하다. 아이들 학교 앞은 어르신들의 소소한 산책 장소이고, 조금 더 가면 미사리 경정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덕풍천과 망월천도 갈 수 있다. 어떤 공원을 갈지 마음만 먹으면 된다.
10년 넘게 살고 있는 이곳은 나를 공원 생활자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집 베란다는 예봉산을 품고 있다. 지천이 공원이다. 사방이 놀이터이다. 온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린다. 아파트 조경공간에 조성되어 있는 나무의 성장을 확인한다. 남의 집 정원에 곱게 단장한 꽃들에 감탄한다. 4월쯤 되면 경쟁이라도 하듯 나무를 심는 집주인들의 노력이 엄청나다.
요즘 듣고 있는 책 쓰기 워크숍에 함께 하고 있는 온수진 선생님의 ‘2050년 공원을 상상하다’는 책을 선물 받았다. 공원 생활자로서, 공원을 직접 기획하고 관리하는 분을 직접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다만, 서울에 계신 분이라 경기도 쪽은 잘 모르신다는 것이 아쉬울 뿐. ㅠㅠ
십여 년 전 조성된 내가 사는 이곳은 얄팍한 나무들로 가득했었다. 조경이랄 것이 없었다. 가로수로 벚나무가 있다. 그러나 봄이면 꽃이 몇 송이 부실하게 달려 있을 뿐이었다. 그 무렵, 서울에서 볼 수 있는 풍성한 공원이 부러웠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초록빛 가득한 싱그러움이 사랑스러웠다. 서울 시내의 커다란 가로수만 봐도 눈이 돌아갔다.
책을 읽는 내내 온수진 선생님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공원과 관련하여하고 싶으신 일이 어찌나 많은지! 공원 생활자 입장에서 공원은 ‘유지관리보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걸을 때마다 맥없이 말라버린 나무들을 보는 것이 영 마음 아프다. 말라버린 매실이 까맣게 매달린 채로 피어있는 초라한 매화를 보는 것도 안쓰럽다. 비싼 장미덩굴을 심어두었으나 방치 아닌 방치 상태가 되어 꽃이 핀 것도 피지 않은 것도 아닌 애매한 모습을 보는 것도 서글프다. 심지어 집에서조차 아침저녁으로 관심 가져 주지 않으면 쉽게 죽어버리는 것이 화분이니 말이다.
결국은 사람의 관심 문제이다. 사람을 더 쓰려면 예산이 더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집 근처에 있는 곳을 우선으로 담당 구역을 정해 화단을 가꾸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만약 이런 자원봉사자를 뽑는다면 아이와 함께 제일 먼저 지원해보고 싶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식물이 주는 교육적 효과도 실감한다.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이 직접 화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행복이 더욱 진해진다. 볼 때마다 쑥쑥 자라는 초록이들의 에너지가 상당하다. 작은 화분을 돌보며, 누군가를 지키고 챙기는 마음을 배운다. 식물의 생과 사를 배운다. 책임감을 배운다. 다 됐고, 베란다에 싱싱한 초록 화분이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다.
공원이 도시를 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공원을 찾아 걸을 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것이다. 조금씩 공원이 좋아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울 것이다. 그렇게 삼십 년이 흘러 아이들이 지금의 내 나이만큼 되면, 공원이 도시를 구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