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여름방학

2022년 여름, 두 달 동안 진짜 원 없이 놀았다.

골프, 래프팅, 워터파크, 집라인, 놀이동산 등으로 일정을 꽉꽉 채웠다. 아이들 학원을 전부 쉬는 것으로 시작해, 학교도 열흘 넘게 빠졌다. 덕분에 엄마인 나도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마흔의 여름방학이었다.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살던 집에서 나와 캐나다에 3주, 시댁에 4주, 친정에 1주 있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짐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8주 동안 우리 집은 아사리 공사판이었다. 드디어 내일이면 공사가 다 끝난다. (일단 스케줄상은 그러하다 ㅋㅋㅋ)

긴 공사기간, 인테리어 비용, 생애 첫 주체적 이사, 무더위, 장마, 코로나 등등 다양한 이슈 중에서도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내 건강이었다.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고민하고, 걱정하고, 물어보고, 애쓰는 와중에 혼자 스트레스받아서 아프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필라테스를 두 달간 못하게 되는 것도 걱정스러웠다.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

집도 절도 없이 어수선하게 지냈던 8주 동안,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나는 내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많아서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고 느꼈다. 부대끼며 사는 것을 불편해하기때문에 언제나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온 가족과 돌아가며 살아보니,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더 풍성해지는 즐거움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얘기를 더 많이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잘 알게 되니 더 편해졌다.

그동안 넷이서만 단출하게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바깥일, 나는 집안일을 나눠서 빠르게 해결하는 일이 잦았다. 아이들은 어떠한 역할도 없었다. 스케줄에 맞추어 학원 갔다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남는 시간에는 유튜브 보는 단조로운 일상이 전부였다. 일주일 후면 진짜 우리 집으로 돌아간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를 궁리해야겠다. 자고 일어나면 스스로 침대를 정리하고, 먹은 그릇은 싱크대에 갖다 놓는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먹고 싶은 메뉴를 함께 궁리하고, 레시피도 찾아봐야지. 수학 선행보다도 그게 더 시급하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내가 했던 건 인테리어 공사였는데,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들이 조금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