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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Dec 18. 2018

엄마표영어 1주차

아무나 못한다는 그것..

아이를 임신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할 미래를 상상했다.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며 재우고, 잠들기 전에는 그림책을 읽어줘야지. 아이와 함께 미술관도 가고, 공연도 가야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아야지. 가끔 영어로 말도 걸고, 여행도 함께 해야지.


그런 상상 속에 필요했던 것 중 하나가 아이의 영어였다. 어릴 때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면 쉽게 배운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내 아이가 나처럼 영어때문에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엄마표영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첫째 아이가 돌 쯤되었을때부터 엄마표영어 관련 책을 읽었다. 매일매일 4시간 영어 흘려듣기, 10분 집중듣기가 핵심이었다. 그렇게 몇년하고 나면 아이들이 영어를 원어민처럼 한다고 했다. 부러웠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래서 노부영도 하고, 영어 흘려듣기도 하고, 영어 그림책도 읽어 주었다.


그런데 아이는 영어에 관심이 없었다.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나 혼자 영어그림책 읽고, 나 혼자 영어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이건 뭔가 싶은 시간이 이어졌다. 이게 내 영어 공부하자고 이러는건가? 자괴감이 들었다. 아직 아이가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아 그런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내 마음도 같이 금세 시들해져버렸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여덟살 때 다시 해봐야지.’라며 상황을 유예했다. 그렇게 흘러버린 시간, 첫째는 이제 여덟살을 2주 가량 남겨놓고 있다.


엄마표영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유명하다는 DVD를 샀다. DVD 플레이어를 샀고, 엄마표영어 스터디에 들어 갔다. 아침 먹으면서 학교 가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DVD를 틀어주었다. 밤에는 영어 그림책 한권을 읽고, DVD에 수록된 스토리북을 읽어주었다. 엄마표영어 스터디는 주차별 과제에 맞춰 업로드하기만 하면 되었다. 1주차 과제는 영상물의 대본을 읽고 ‘엄마’가 ‘녹음’을 해서 올리는 것이었다.

‘아니, 애는 뭘 하고 엄마 숙제만 있는건가?’ 싶었으나 ㅜㅜ 처음하는 엄마표영어인만큼 일단 믿고 먼저 따라해보기로 했다. 스터디에서 시키는대로 스크립트를 읽고 녹음을 했다. 그렇게 네번을 더 한 뒤에 네이버 카페에 업로드했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것은, 단순히 4번 스크립트를 읽고 녹음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상물 속 영어가 쏙쏙 들렸다는 것이었다. 영어가 잘 들리니 애들한테 한마디라도 더 영어로 던지게 되었다. 게다가 영상물 속 상황속에 놓이니 나도 모르게 영어로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빨간 불이면 멈춰야지?”

“Red at the top means stop. Green below means go. Green light is on. Now we can go.”



아아아.... 그랬다.

엄마표영어의 핵심은 ‘엄마’가 공부하는데 있었다. ㅠㅠ 그것도 아주 열심히.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이나 DVD를 끊임없이 찾고, 영상 속 스크립트를 거의 숙지하고, 노래 나올 때 같이 노래하고, chant 따라할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하고도 아이가 싫어하면 재빨리 다른 교재로 넘어가야하는 유연함과 너그러운 성품까지 갖추어야 했다. 겨우 1년 그렇게하고도 아이에게 욕심을 부려서도 안되었다. 10년쯤 꾸준히 해야 성과가 보인다고 했다. 이것은 정말 너무나 힘든 길이었다.



하지만 길게 보고 천천히 가보련다. 엄마표영어 스터디에서 시킨 것만 조금씩 하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이제 겨우 1주차, 2019년 이맘때는 ‘엄마표영어 1년차’ 후기를 쓸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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