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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Mar 10. 2019

엄마의 흰머리

무기력한 시간들. 조금만 더 머무를게요.

어느 날 문득, 하얗게 세어버린 흰머리에 깜짝 놀랐다. 2주 전에 뿌염도 했는데 ㅜㅜ 이게 웬일이람. 다음 주 학부모 총회도 있는데 당장 대책이 필요하다.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스트레스 때문이다.


작년, 허리 디스크가 터진 뒤 많은 것들을 내려놓았다. 그전만 해도 아이들 스케줄을 촘촘히 챙겼더랬다. 그 와중에 프리랜서 일, 여행 칼럼, 블로그 필진, 해외 출장, 주말마다 가족 여행, 영어 온라인 스터디도 했다. 바이올린도 배우고 1년에 한 번은 연주회도 참여했다.


그래, 전부 욕심이었다.

전업주부이면서 능력 있는 워킹맘도 싶었던 욕심이 지금의 수많은 흰머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무기력이 실로 반갑다.





요즘에는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재미있는 일도 없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맛이 없다.

여행도 힘들다.

아줌마들의 수다도 재미없다.

넷플릭스 미드도 볼 것이 없다.


현재의 시간을 그저 버티고 나면,

허리가 튼튼해지면,

무기력이 사라지고,

예전의 활력이 찾아올까?

그러면 조금은 기분이 좋아질까?

그러면 흰머리가 조금은 사라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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