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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Dec 02. 2018

엄마의 정리

쓰레기 처리 비용만 50만원 ㅜㅜ

10년간 쌓여 있던 쓰레기를 전부 버렸다.


신랑이 대학원 시절부터 썼다는 책장은 얼마나 튼튼한지 애들 방에 있었는데도 까지지도 않고, 부셔지지도 않아서 못 버렸던 아이템이었다.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체리색 책장을 십년이나 보고 살았으니 이제는 버릴 때다.


신혼 때 로망이었던 2m 넘는 거대한 테이블도 이제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 거실에 커뮤니티 테이블을 놓고, 남편과 나는 일하고, 아이들은 책을 보거나 그림 그리기를 꿈꿨다. 허나 잘못된 환상임을 이제는 안다.

집에서 가족이 하는 일은

1) 밥 먹고,

2) TV보고,

3) 잠자는 일

그 외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다.


신혼 때 남편 사업하느라 끌어안고 있던 영수증, 각종 증명서, 서류 등도 모두 버렸다. 5년간 보관해야 한다는 현행법 때문에 집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버려야겠다 마음 먹고, 상자를 열어보니 그 속에 순수했던 이십대 후반의 내가 있다. 처음 해보는 경리 업무, 남편과의 마찰, 재미없는 IT, 낯선 정부지원과제, 이상한 서류 등등. 한없이 문과생인 내가 기업부설연구소, 벤처인증, 각종 확인서, 특허를 챙겼던 시간이었다.


아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책도 버렸다. 아이가 처음 그렸던 망고 그림도 안녕. 추억은 인스타그램에서 만나자. 인스타에 올려둬도 잘 안보게된다는 것.

그래, 이제는 안다.


##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의 30대는 여유가 없었다. 발 동동 구르며 아이를 키우고 일을 했다. 둘다 잘 해내지도 못하면서 마음만 앞섰고, 어설프게 하다가 다시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은 없어서 제일 싼 제품을 샀다. 잘 샀다 만족하며 하루 이틀은 웃었다. 할일은 많아 쓸 시간이 없으니 새로산 싸구려 제품은 구석에 처박아두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10년간 베란다에 쌓아둔 아이템이 한둘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가볍게 살고 싶다. 마음이 설레는 아이템들과 함께. 간소하게 말이다. ^^ (그러면서 크리스마스 파티하고파서 퐁듀세트 검색하고 있는 것은 안 비밀..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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