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마음 코칭을 신청했다. 사실 왜 신청했는지 목적은 없었다. 마음속에 쌓여 있던 답답함의 정체가 궁금했고, 누군가와 함께라면 함께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마음 코칭을 신청한 이후, 내 마음을 혼자 조용히 살펴보니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타인에게 쉽게 휘둘리는 것이 문제였다.
마음 코칭은 “오늘 마음이 어떠세요?"로 시작했다.
코칭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와의 대화였다면, 이렇게 단순한 질문에 내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었을까. 처음으로 내 마음이 어떤지를 살폈다. 혹시 고장난 곳은 없는지, 쓰레기가 쌓여 있지는 않은지, 예전에는 너무 소중했는데 너무 깊숙한 곳에 넣어두어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말이다.
그렇게 한 시간씩 코칭 선생님께 머릿 속에 돌아다니는 복잡한 마음을 정신없이 쏟아내고 나면 무척 후련해졌다. 이런 얘기는 내가 너무 옹졸해보이고, 저런 얘기는 나한테 불리하다는 모든 평가에서 벗어나 머릿속을 떠다니는 이야기를 다 뱉어냈다. 마치 집 비움을 시작할 때 모든 걸 다 꺼내는 것 같은 작업이었다.
그리고 손에 마른 수건 하나 들고, 오래된 기억을 탈탈 털어가며 예쁘게 정돈했다. 마음을 정리하면서 얻게 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남편이 내게 참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점이었다. 남편이 내게 사소한 화를 내면, 내가 미칠듯이 반응하고, 더 큰 싸움이 되고, 일주일 내내 내 마음이 지옥을 오갔던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내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 나를 탓하는 상황이 속상하고, 화가 나서, 그리고 왜 나를 품어주지 못하는지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었다.
내가 원했던 결혼 생활은 남편이 무조건 해주기를 바랬던 것 같다. 아마 남편도 처음에는 많은 걸 해주려고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깨진 독에 물 붓기처럼 어떤 걸 해줘도 만족이 없는 내게 남편은 지쳤고, 나도 지쳤다. 그래서 어느 순간 우리의 마음이 서로 평행선을 넘어서, 서로 다른 지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서로의 마음의 각도를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더 노력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마음 코칭 후,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결혼을 하면서 시작했던 내 마음과 지금은 그 마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고. 그리고 당시에 많이 힘들고 상처받았을텐데, 내가 안아주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런 대화가 끝나고, 하루가 흐른 후에 남편이 다가왔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말해주어 고맙다고 말이다.
이런 저런 오해들을 풀 수 있어서인지, 요즘 남편의 모드는 사랑꾼이 되었다. 최근 결혼기념일을 맞아 받은 카드가 무척 뭉클했다.
너와 함께여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
앞으로 더 많은 시간 너와 함께 더 행복하게 만들자.
사랑해.
나도 모르게 눈물짓게 만들었던 그의 진심이 마음을 울렸다. 서로가 갖고 있던 마음 속의 응어리가 비워졌다.
예전 남편이 프로포즈하면서 준 반지를 꺼내 끼웠다.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아이들 키우면서 얼굴에 상처내는 것 같아 한참을 박스에 넣어두고 잊어버렸던 것이었다. 반지를 보면, 프로포즈 하던 날이 기억난다. 우리가 처음 마음을 확인했던 둘만의 장소였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였다. 대학생이었고, 취업준비생이었다. 그래도 결혼하겠다고 말했을 때는 서로 어엿한 사회인이었고, 서로에 대해 책임질 수 있었다.
요즘은 프로포즈반지를 매일 끼고 다닌다. 눈에 프로포즈 반지가 보이면 배시시 미소가 퍼진다. 11년도 더 지난 추억이 떠오른다. 이벤트 같은건 모르는 무뚝뚝한 남편이 준비한 반짝이는 반지에 설레였다. 서로에게 고마웠던 감정과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가 가슴속에 자연스럽게 퍼져나간다. 서로에게 감사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