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방법

by 작가 혜진
1. 미니멀 게임




미니멀 게임은 <미니멀리스트>의 저자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리언 니커디머스가 제안한 방법이다. 첫째날에는 1개, 둘째날에는 2개, 셋째날에는 3개 이런식으로 해서 마지막 날에는 30개 버리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버리면 한달에 약 450개 정도의 물건을 버릴 수 있게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미니멀게임 검색해보면, 이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꽤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트렌드를 따라하고 싶었던 나도 해봤다. 첫날 한 개, 두 개, 세 개는 쉽게 넘어갔다. 버려야하는 갯수가 다섯개를 넘어가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뭘 더 버려야하나 초조해졌다. 볼펜을 버려도 된다는데, 괜히 쓸만한 물건을 버리는 것 같아 죄책감까지 느껴졌다. 혼자 버리다보니, 이걸 버려도 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식으로 하다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2. 정리정돈 컨설팅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 아무리 비우기 책을 읽어도 답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리정돈 수업을 받고, 컨설턴트와 함께 방 하나를 완벽히 정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던데, 내가 이용해본 서비스는 하루만에 집을 통째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컨설팅을 결정하기 전에, 담당자가 와서 집 구조를 어떻게 변경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준다.



정리정돈 컨설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하루만에 집이 정리된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집에는 컨설턴트가 6명 정도 방문했다. 한명이 집 전체 공간을 디자인하고, 나머지 개별 공간마다 한명씩 붙어서 정리하는 시스템이었다. 부엌, 거실, 안방, 아이방, 창고 등을 집중 공략했다. 곤도 마리에에 따르면 '축제의 정리'랄까.



당시 우리집에는 8개월 신생아와 5살 유치원생이 살고 있었다. 남편은 사업 중이었는데, 남편의 회사 영수증과 기장, 세금계산서 등등 5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서류들이 집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은 옷이었다. 정리정돈 컨설팅 하기 전에 눈에 띄는 쓰레기는 미리미리 버려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옷 쓰레기가 쏟아졌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중구난방 흩어져 있던 물려받은 아이들 옷도 몇 박스였다. 하나씩하나씩 분류해서 정리했다. 하루에 전부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큰 쓰레기는 대충 정리할 수 있었다. 정리정돈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크게 얻었던 것은 모든 물건에 자리를 정해주면, 청소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해서 집 청소를 하게 된다. 당시에는 하루에 한 시간씩 청소를 했던 것 같다. 하루 15분이면 정리가 된다고 했는데, 정리정돈에 취약했던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는 둘 다 어려서 돌아서면 집은 늘 난장판이었다. 짐이 좀 줄어든다고 해서 집이 덜 난장판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아침 저녁으로 집 정리하느라 피곤하기만 했다.



정리정돈 컨설팅에는 꽤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내 돈 쓰면서 하룻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집안이 난장판이 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내가 도대체 뭐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도 줄을 이었다. 하루만에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갑자기 선택하려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A를 버려도 될까?라는 고민이 끝날새도 없이, 다른 고민들이 물아쳤다. 정리 컨설턴트가 알아서 버릴 수 없기에 이 모든 것이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도 스트레스였다.


3. 하루에 3개씩 버리기



최근에 많은 것이 변화했다고 느꼈던 방법은 바로 하루에 3개씩 버리는 것이다. 하루에 3개 버릴 것이야 넘쳐 났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 다 먹은 소스통, 연령대가 지나버린 아이들용품 등등이었다. 처음에는 서랍 하나씩 돌아가면서 비우기 시작했다. 그냥 서랍속에 갇혀 있었던 오래된 카메라들이 버려졌고, 읽지 않지만 팔릴만한 책들이 팔려나갔으며, 연령대가 지나버린 드레스도 이웃들에게 드림했다.



하루에 3개씩 버리기의 가장 큰 단점은 생각보다 집이 빨리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이 하루에 3개씩 버리기지, 버릴 것을 하이에나처럼 찾다보면 늘 5개 이상 찾게 된다. 그렇게 2주 정도 버리다보면, 우리집 분리수거통이 늘 꽉 차 있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쓰레기를 버리면서 '이렇게 우리집에 쓰레기가 많았나!' 싶은 정도이다. 집을 돌아와보면 많이 버린 것 같은데, 버린 티가 나지 않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집이 언제쯤 깨끗해지려나 싶은 초조함이 늘 앞섰다.



"열심히 버리고 있는 것 같은데, 집이 깨끗해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에요."



그런 말들에 모두들 공감했다. 꾸준함이 모든 것을 이긴다고 했던가. 30일이 지나자 집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다.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던 물건들이 서랍장 등등으로 들어가자 깔끔해진 것이다. 변화의 가장 큰 공은 바로 고민에 있었다. 매일 같이 집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고, 어떤 물건을 내가 쓸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겪다보니 일단 버릴 수 있었다. 어느정도 버리고 나니 '수납'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좀 더 보기 쉽게 정리하는 법은 없을까 고민하고, 어느 수준까지 버려야 하나 싶어 핀터레스트 앱을 찾아봤다. Minimal life, minimal interior, simple 등을 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물건이 우리집에 있는 것이 맞나? 라는 질문은 '이 물건이 여기에 있는 것이 맞나?'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그러면서 집이 차곡차곡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하루의 고민은 짧지만 이어졌다. 오늘은 잘 모르겠다 싶었던 물건이, 내일은 '버려야 겠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고, 한달이 지나서야 겨우 결심히 서는 물건들도 늘어났다.



매일 고민하다보니, 하루동안 받는 스트레스의 양은 정리정돈 컨설팅보다 극히 적었다. 그리고 좀 더 신중했다. 정리정돈 컨설팅하다가 막판에는 '그냥 다 버려주세요.'라고 말해버렸는데, 하루에 3개만 고민하다보니 고민의 강도가 약했다. 오늘의 내가 버리지 못한다면, 내일의 내가 버릴 것이고, 한달 뒤의 나조차도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이 물건은 소중하게 간직하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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