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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Jan 08. 2020

재택근무 중입니다만..

애 키우면서 살림도 하고, 일도 합니다.

"형수님은 회사 다니세요?"

남편의 지인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뇨. 저는 집에서 일해요."

이렇게 대답했더니, 남편이 얼른 옆에서 덧붙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전업주부 같잖아. 우리 부인은 집에서 재택근무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자 남편의 지인 얼굴에 부러움이 지나갑니다. 



네, 저는 남편 지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재택근무자입니다.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월급도 받고요. 

아이들 어린이집 / 학교 픽업도 제가 하고,

아이들 간식과 식사도 챙기고,

청소, 빨래 등 가족 행사 등도 제가 챙깁니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일하는 맞벌이를 희망하면서도, 집안일은 아내가 챙겨줬으면 하는 남편의 이상향이 합쳐진 업무체계랄까요?

몇 달 전, 우리 집 저금 액수를 알려줬더니 남편은 사뭇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물론 열심히 일한 남편 덕도 크지만,

임신과 출산 기간을 제외하고는 저도 꾸준히 일했고,

아이 보육 대리인을 구하는데 별도의 금액을 지출하지 않았던 점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쇼핑을 무척 귀찮아한다는 점도 있군요. ㅎㅎ 



재택근무는 엄마가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 딱 좋은 근무환경입니다.

출퇴근 시간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요.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일이 막히는 동안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며 기분을 환기시킵니다. 

빨래를 널며,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할까 골몰하기도 하고요.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 나가서 핸드폰을 이메일에 답장하며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급한 일은 전화를 쓰기도 하고요.


하지만 재택근무에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3.3%를 제하고 받는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급여를 받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4대 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아 집에서 저만 별도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납부합니다.

회사에 가면 동료가 있고, 동료와 함께 먹는 점심식사도 즐거움 중 하나인데요.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혼자 집에서 TV 틀어놓고 밥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판단하고 자극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요.

혼자 일하다 보면, 나만의 섬에 갇혀 있는 듯한 외로움도 가끔씩 찾아옵니다.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보다는, 오롯이 내 개인의 역량이 서서히 소멸되어가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전에 했던 일들을 파 먹으면서 말이죠.

적어도 녹슬지 않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요?




2019년에는 바쁘게만 지냈던 일상에 브레이크를 살짝 걸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일도, 가족도, 나도 얼렁뚱땅 그냥 지나가버리는 일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었거든요.

내실 없이, 그저 굴러만 가는 일상들이었다면 설명이 될까요?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던 집도 정리하고,

남편과 아이들과의 관계로 재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고민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남이 시킨 일만 성실하게 해왔다면,

2020년은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조금씩 선보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2020년에도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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