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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Jan 28. 2020

설 연휴의 끝

코로나 바이러스

1. 설 연휴가 끝났다. 시댁 방문이 시작이었다. 만두를 빚었다. 친정 부모님과 동생들을 만나 세배를 했다. 집 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다 함께 관람했다. 세뱃돈을 두둑하게 받은 일곱 살 아들이 가족들에게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를 사주었다. 바비큐 재료를 챙기고, 대게와 회를 준비해 둘째 시누이 집으로 향했다. 안심을 숯불에 구워 먹었다. 가족이 다 함께 캐나다에서 온 스무 살 조카에게 돼지바를 얻어먹었다. 다 함께 불 앞에 두고 도란도란 대화도 나누었다. 고구마도 굽고, 군밤도 깠다. 아이 ‘둘’을 시댁에 맡기고, 남편과 둘이서 ‘남산의 부장들’ 영화를 보았다. 밀렸던 수다를 떨고, 와인을 마시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산 양장피를 먹었다. 핸썸 타이거즈를 몰아 보고, 스토브리그 결방을 아쉬워했다.

2. 짧았던 연휴가 끝났다. 일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다급하게 시작되었다. 실내놀이터 방문 예정이었던 어린이집 프로그램이 취소되었다.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첫째 아이 역사체험 프로그램이 취소되었다. 마스크를 미리 사두라는 공지가 울렸다. 연휴 기간 동안 중국 허베이성 방문자는 미리 보건당국에 알리라는 알람도 떴다. 괴담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중국 우한에서 관광객 40명이 우리 동네 찜질방에 출몰했고, 시장 구경도 했단다.

3. 아직도 설 연휴의 달달함에 빠져 있는 나는 이 모든 소란이 마뜩잖다. 침대에 누워 일상의 나른함을 즐기고만 싶다. 그럼에도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에 못 이겨 열이 나는 둘째 아이를 집에서 돌보고, 마스크를 미리 사둔다. 아이들에게 손을 깨끗이 씻으라 잔소리를 한다.

사뭇 다른 온도에 어리둥절하기만 한 오늘이다. 설 연휴에는 덕담과 맛있는 음식으로 세상 즐겁기만 했는데, 오늘은 재난 영화의 시작을 보는 듯하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까. 아무쪼록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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