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 imagine Jan 31. 2020

아빠가 된다는 것

끝없는 내리사랑

오랜만에 미팅이 잡혔다. 동네언니에게 방학중인 큰 애만 살짝 맡기고 다녀오려고 했는데... 둘째가 열이 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국이 혼돈 그 자체인 지금, 어린이집에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 미팅을 가지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과천에 사시는 친정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내일 무슨 일 있으셔요?”


“아니? 나 아무 일도 없는데.”


“아빠, 나 내일 미팅 가야 하는데...”


“그래? 내일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뭐야?”


아이들 스케줄을 줄줄이 읊어대자 아빠는 꼼꼼하게 기록하셨다. 다음 날, 아침 여덟 시 반이 되자 슈퍼히어로처럼 늠름하게 등장한 아빠 덕분에 무사히 미팅을 마칠 수 있었다.


첫째 학원 가는 길에 셔틀버스타러 가는 길까지 함께 하는 아빠


친정과 우리 집은 차로 40분가량 걸린다.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 우리가 친정에 갈 때면 망설이게 된다.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일이 있을 때만 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님 생신이나 연휴, 함께 여행 가기로 했을 때 정도랄까. 하지만 아빠는 달랐다. 아이가 보고 싶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셨다. 같이 이마트에 가서 장을 봐주셨다. 운전이 서툰 나를 대신해, 아이 병원을 함께 가주셨다. 필요하다고 요청할 때면 언제나, 아빠는 주저하지 않고 내게로 달려오셨다.



아이 ‘둘’의 부모가 되고 나서야, 부모님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새삼 깨닫는다. 한없이 퍼주고도 더 퍼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아빠의 마음을 생각하면, 부모로서 나는 아직도 멀었다. 아이가 원하는 걸 부모가 해줄 수 있을 때, 가장 기쁘다고 한다. 부모님의 기쁨을 위해 종종 연락드려야겠다. ㅎㅎㅎ



사랑합니다! 아빠

작가의 이전글 설 연휴의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