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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Apr 26. 2020

코로나19로 달라진 우리집 변화 10가지

Eat, Play, Love



1. 매일 3시간 이상, 주말 6시간 이상 동네 놀이터에서 논다!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고, 여행도 못 가니 동네 놀이터만 주야장천 간다. 키즈카페, 수영장도 안 가니 동네 놀이터밖에 갈 곳이 없다. 집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를 두고, 굳이 다른 동네 놀이터로 원정을 떠난다. 주택 인근에 있는 놀이터에는 놀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그저께는 개구리를 잡아서 개구리 계곡을 만들었고, 어제는 줄다리기와 피구를 한 뒤 미끄럼틀 밑에 아지트를 만들었다. 플라스틱 통에 개미를 담아 개미굴을 만들기도 하고, 박스를 보드 삼아 미끄럼틀을 타기도 한다. 비가 오는 날엔 서로 우산을 포개러 거대 텐트를 만들고, 종알종알 아이들만의 세상에 빠진다.


‘오늘은 또 뭘 하고 놀까?’라며 늘 기대에 가득 찬 아이들과 함께 길을 나선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간식과 물을 챙기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장갑을 챙기고, 일기예보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 너무 덥지 않게, 혹은 너무 춥지 않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다.


2. 밭이 생겼다!


주말이면 밥을 먹고, 집을 정리한 뒤 11시쯤 놀이터를 나선다.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밭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할 일이 없고, 시간은 많아진 아이들이 동네 노는 땅에 밭을 일구었다. 딸기, 상추, 쪽파를 심고 매일같이 물을 준다. 허수아비도 만들고, 동네 아이 아빠 하나가 말뚝까지 박아주니 그럴듯하다.


흙에 물을 잔뜩 뿌려서 진흙을 만들어 도넛 모양도 만들고, 댐도 만든다. 아이들이 항상 모여 있다 보니 가게 홍보하러 나온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기도 한다. 선물로 풍선을 받으면, 그걸로 뭘 하고 놀지 궁리하며 또 논다. 끊임없이 놀거리를 창조해낸다. 늘 놀라움의 연속이다.



3. 따스한 이웃이 많아졌다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 보면, 동네 사람들과 매일같이 마주친다. 동네 통장님, ㅇㅇ이네 할아버지, 매일 같이 몰려다니는 아이들의 부모들까지. 놀이터에서 갈 곳도 없이 마냥 아이들만 보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어제는 레몬티와 커피 원두를 선물 받았다. 심지어 집 비밀번호를 알려줄 테니 본인 집에서 좀 쉬라 고까지 한 이웃까지. 애들 라면 끓여주시고 혼자 심심할까 봐 굳이 와서 말동무도 해주신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4. 집을 가꾸는 시간이 늘었다.


우리 집 식구들에게 코로나19는 집콕 생활을 선사했다. 주말이면 밖에서 나가노느라, 여행하느라 바빴던 가족의 일상이 멈춘 셈이다. 아이 데리고 갈 곳이 마땅찮았다. 어딜 가도 불안한 마음만 들었다. 괜히 돈 써가면서 힘드느니, 집에 머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집에서 자꾸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오래된 집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누렇게 변한 벽은 흰색으로 페인트칠도 하고, 오래된 가구는 하나씩 바꾸었다. 가스레인지 레버의 플라스틱은 삭아서 뽑혀버려, 전기레인지도 새로 주문했다. 지금은 식탁을 고민 중이다. 조금씩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고 있다.



5. 꽃이 좋아졌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꽃이 참 좋아졌다. 동네 꽃 가게에서 운영하는 꽃 구독 서비스도 신청했다. 토분 화분도 몇 개 주문했다. 산책하다 꽃을 보면 얼른 사진을 찍는다. 꽃만 보면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식물은 나와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보다 보니 정이 든다. 새롭게 나오는 작은 잎사귀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아이들이 심은 다이소 토마토 씨앗도 무럭무럭 자라고, 조그마한 플라스틱 통에서 키우는 콩나물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나간다.


6. 생활비가 줄었다


학원을 쉬니 학원비가 안 나간다. 외출이 어려우니 외식비도 줄었다. 나가는 곳이 없으니 옷도 필요 없고, 화장품도 필요 없다. 동네 놀이터만 가도 행복한 아이들에게는 쉽게 더러워져도 (엄마가) 속상하지 않은 적당한 가격대의 옷을 사준다. 여행을 안 가니 숙박비도, 기름값도 안 든다. 한 달 동안 생활비를 꽤 많이 덜 쓰는 기분이다.

나라에서 받은 아동 돌봄 쿠폰과 재난지원금도 톡톡히 쓰고 있다. 머리도 자르고, 아이들 레고도 빌리고, 달달한 커피도 마신다. 동네 아이들 아이스크림도 신나게 사준다.


7. 와인과 맥주 소비량이 확 늘었다


확찐자, 살천지 등등

요즘 우스갯소리들이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시달리고 나면, 그렇게 술이 댕긴다. 남편 저녁상을 차려주면서, 슬쩍 앉아 와인을 홀짝홀짝 마신다. 과자도 먹고, 과일도 먹고, 마른안주도 먹는다. 유럽 엄마들이 코로나19 준비물로 와인과 초콜릿을 꼽던데, 왜 그랬는지 절실히 이해가 간다.

요즘은 그냥 싼 와인을 자주 마신다. 만원대 와인을 3-4만 원대로 만들어준다는 기구(?)를 꽂아 따르면 제법 괜찮은 맛이 난다.


8. 삶이 간단해졌다


아이 ‘둘’ 학원 시간 때문에 늘 정신이 없었는데, 어디 다니는 곳이 없으니 한가해졌다. 물론 집에서는 온라인 개학 챙기느라 정신이 줄곧 안드로메다에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삶이 간소해졌다. 인간관계도 정리되었다. 쉴 새 없이 울리던 카톡도 조용하다.

매일매일의 삶의 루틴을 따라 고요한 물길을 따라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를 만나 속 시끄러운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고, 내 가족만 소소하게 챙기면 된다. 단순해진 삶의 일상 속에서는 중심 잡기도 한결 편해졌다.



9.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는 늘 바쁜 사람이었다. 주중이면 각종 미팅과 약속으로 늦었고, 주말이면 취미 생활하느라 바빴다. 그랬던 그가 결혼 12년 차만에 집에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끔 집에도 일찍 들어온다.

어제도 일찍 퇴근했길래 동네 산책도 함께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어떤 집에서 살면 좋을지 등등. 예전에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없었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소를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다못해 동네 공원에 가서 자전거라도 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말 내내 바쁘게 돌아다니다 정신없이 집에 돌아오면 더 바쁜 평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늘 대충,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요즘 들어 남편과의 관계에서 발란스가 잘 맞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빈 구석을 채워주고, 남는 부분은 서로 칭찬한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아껴주면서 우리만의 세계를 다시 만들어가게 되었다.


사진 가운데 하얀 점처럼 보이는 것이 남편님 ㅋㅋㅋㅋ

10. 나 혼자만의 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T^T


적어도 아이들이 학교 가 있는 시간만큼은 나 혼자만의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을 침범받게 되었다. 사실 코로나19 초반에만 해도 너무 화가 났다. 삼시세끼, 늘 집에서 나만 찾는 아이들, 치워도 치워도 집은 개판이고, 머리도 아프고, 몸도 피곤하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못하는 데서 오는 화딱지까지! 아이들은 너무 예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그다지 좋지 않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해결되어간다. 서로의 시간과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방법을 아이도 나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에 엄마를 건드리면 화를 낸다는 것을, 아이가 숙제 안 한다고 성질내 봐야 서로 감정만 상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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