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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Apr 04. 2020

코로나 19 새로운 일상

잠시 멈춤

코로나 19로 마스크와 손 씻기가 일상이 되었다. 개학 연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온라인 개학은 물음표만 가득하다. 집밥과 약속 없는 나날, 시간이 있어도 갈 곳 없는 요즘이다.


오전 6시, 계란 4개를 삶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9분 30초 알람을 기다린다. 과일을 먹기 좋게 자르고, 신랑이 출근길에 먹을 도시락을 싼다. 아이들 홍삼, 유산균, 종합비타민까지 쟁반에 올려두면 아침 준비 끝이다.

아이들이 깨기 전까지 요가소년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한다. 목, 어깨 통증 완화 25분 시퀀스가 내 몸에 잘 맞는 듯하다. 며칠 반복했더니, 뻐근했던 어깨가 조금 풀렸다.


오전 7시, 남편과 아이들이 하나씩 깨어난다. 영양제 챙겨 먹고, 커피 한잔 내려 마신다. 따뜻한 커피와 삶은 계란은 아침 식사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다. 아이들이 빠짐없이 잘 먹고 있는지 체크하면서, 빨래를 돌려둔다.


오전 8시 30분, 둘째 어린이집 긴급 보육 가는 시간이다. 둘째는 어린이집에 가서 숲 체험과 팽이치기 등등 신나게 놀다 온다. 둘째에게는 마냥 신나는 하루! 어린이집에 매일 가고 싶다고 얘기해주는 둘째 어린이다.


오전 9시, 전날 저녁 신랑 밥상과 아침 먹은 것 설거지하고, 어질러진 부분을 정신없이 정리한다. 로봇청소기를 돌린다. 화장실에 물 뿌리고 정리하고, 소독제를 집안 곳곳에 뿌려둔다. 꽃병에 물도 갈고, 화분에 물도 준다. 세탁 완료된 빨래는 건조기로 옮긴다.


오전 10시, 본격적인 업무의 시간이다. 개학 연기로 인해 세 달째 겨울방학인 첫째도 매일 해야 할 일을 한다.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숙제를 하고, 바이올린 연습을 한다. 첫째가 일하는 중간중간 모르는 걸 물어보면 대답도 해가면서, 또박또박 하나씩 마감을 해나간다.


일하는 중간중간, 점심 먹을 준비를 미리 해놔야 낭패를 줄일 수 있다. 오늘 메뉴는 백숙. 아침부터 물 끓이고, 쌀을 불렸다. 일하랴, 중간중간 애들 간식 챙기랴, 집안일하랴.... 정신이 슬슬 안드로메다로 가기 시작한다.


오후 1시, ‘엄마~! 배고파.’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다. 후다닥 상을 차려 아이 앞에 차려둔다. 허겁지겁 허기를 달랜다. 언제쯤 우아하게 식사 준비를 마치고 아이를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한다. 아마 시간이 넘치도록 많아도 그러긴 어려울 것이라 결론 내린다. 코로나19는 식사와 설거지와의 전쟁이다. 돌아서면 끼니가 꼬박꼬박 돌아온다. 설거지를 해두고, 저녁에는 또 뭘 해 먹나 고민해본다.


오후 3시, 하루 일이 대략 마감되는 시간이다. 기운이 나면 유리창을 닦기도 하고, 빨래도 갠다. 저녁 반찬 한두 개 미리 만들어두기도 한다. 간식 사러 나가기도 하고, 첫째와 함께 알파문구에 가기도 한다. 첫째는 요즘 집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이 늘었다. 지난번에는 미니 냉장고를 만들더니, 간식으로 가득 채웠다.

오후 4시, 둘째 하원 시간이다. 둘째 하원 후에는 딸기밭에 물 주러 간다. 동네 노는 땅에 딸기 모종과 상추 모종을 심어, 물 주러 가는 일이 가장 큰 하루 일과이다. 오늘은 딸기꽃이 하나 더 피었다. 딸기 모종에서 딸기를 따 먹는 날이 곧 올까? 매일매일 설렌다.

그리고 동네 놀이터에서 신나게 논다. 매일매일 노는 아이템이 달라진다. 어제는 흙에서 철가루를 채취했고, 그저께는 다리를 놓았고, 지난주에는 보도블록으로 집을 지었다. 학원도 쉬고, 갈 곳도 없는 요즘. 이 공간이 있어서 아이도 엄마도 숨을 쉬고 산다.

오후 8시, 남편이 퇴근했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달라진 부분은 남편의 퇴근시간이다. 늘 바쁘고 약속으로 가득했던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온다. 그러면서 집에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결혼한 지 12년 차, 처음 겪는 일이다. 매일 다른 메뉴를 차리느라 정신이 없긴 한데, 다행히 남편이 가리지 않고 잘 먹어주어서 뿌듯하기도 하다. 남편과 와인 한잔 마시면서 아는 형님, 라디오 스타, 도시 어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등 하나씩 보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핸썸 타이거즈가 사라진 금요일이 무척 우울했는데, 4월 3일부터 넷플렉스에서 ‘종이의 집’이 시작되었다. (신남)






코로나 19로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치료제가 올해까지 개발되기 어려워 보이는 지금, 달라진 일상은 올해 말까지도 계속될 것 같다. 아이들 학원을 안 보내다 보니, 앞으로 굳이 보낼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학 좀 느리다고, 영어 좀 못 읽는다고 문제가 될까. 집에서 천천히 자기 할 일 하면서 자유롭게 노는 일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비싼 사교육 대신, 좋은 습관 길러주고 엄마와의 교감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위기 상황에 닥치니 기본에 충실해진다.


집밥도 하다 보니 조금씩 늘어간다. 매일매일 밥을 해 먹다 보니, 의도치 않게 냉장고 파먹기도 하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쌀이 이렇게 빠르게 없어진 적이 있었나 싶다. 요리하다 보면 가끔 대실패하는 아이템도 나오고, 아주 가끔 성공하기도 한다. 에어프라이어로 만든 치킨과 버터구이 오징어는 정말 맛있었다. 바지락 술찜은 다시는 해 먹지 않으련다.


도서관이 가고 싶다. 미술관도 가고 싶고, 궁궐도 가고 싶다. 신나게 봄나들이도 즐기고, 수영장도 가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발마사지도 받고 싶다. 오랫동안 못 만난 실장님도 만나고 싶고, 혼자 하던 취미 생활도 이어나가고 싶다. 요즘은 코로나가 끝나면 가고 싶은 곳들을 메모해둔다. 아, 전부 됐고 마스크만 벗고 다녀도 세상 행복할 것 같다.


아이들과 24시간을 붙어 있다가 가끔은 성질이 불같이 치솟을 때도 있지만, 요즘이 나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대충 넘어가기 바빴던 집안일도 혼자 해보려고 하고,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보낼 수 있나 고민한다. 글도 좀 더 정성스럽게 쓰려고 한다. 하루 8000보도 챙겨서 걷기 시작했다. 오디오북 들으며 아이들 놀이터 나갈 시간에 뱅글뱅글 돌다 보면 금세 채운다.


조금씩 더 건강한 생활을 향해 나아간다. 몸도 마음도. 무엇보다도 가족의 소중함을 더없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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