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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Sep 04. 2020

코로나, 지지 않아!

2020년, 4개월 남았다 T^T

며칠 전, 달력을 보다 깜짝 놀랐다.

나의 2020년이, 나의 마지막 30대가 고작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해외여행 후유증으로 무기력하게 1월 보내고 정신 차리고 나니 코로나가 들이닥쳤다. 무기한 개학 연기, 폭염, 말도 안 되게 길었던 장마가 지나고 나니 지금이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소리가 절로 나온다. 2학기부터 일주일에 3번 가기로 되어 있었던 첫째의 초등학교는 일주일에 1회 등교로 변경되었다가 그조차도 전면 중지되었다. 첫째의 수업은 몇 개의 유튜브 링크만 걸려 있는 부실한 온라인 클래스로 대체 중이다.



7월까지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국민 모두가 성숙한 시민의 자세로 코로나와 함께 공생하는 법을 배워, 삶이 조금씩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이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마음 편하게 외식도 가능하고, 약간의 취미 생활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매일 등교는 바라지도 않았다. 이틀에 한번, 아이가 친구들 얼굴이라도 보고 올 수 있기만을 바랬다. 공부는 사교육이 시키는 것인 셈 치고, 그저 학교에서 친구와 함께 배우고 나아가는 단체생활만 접하고 와도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마스크를 벗고 동네를 마음껏 활보할 날만을 꿈꿨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접하고 나니 일말의 희망조차 사라져 버린다. 집에 누군가 오는 것도, 내가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불안하다. 싫다. 불편하다.


백신이 나오면 지금 이 상황이 끝날까? 모두가 예방접종을 맞으면 모두가 집에서 자가격리하는 삶에서 해방될까? 2020년 말에 백신이 나온다던데, 그렇다면 2021년이 되면 달라질까? 여러 물음들 속에서 코로나가 알아서 끝나 주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되겠다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년이 되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정부 입장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 삶은 내가 어떻게든 주체적으로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코로나를 없앨 순 없지만, 내 삶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계속되어야만 한다.






언젠가 코로나는 끝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고로 모든 삶을 코로나 종식 이후로 미루기에는 너무 늦다. 게다가 코로나 이전의 삶은 코로나 종식과 함께 그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세상은 달라졌다. 공교육과 사교육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싶다. 선진국의 기준과 부의 차원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내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나가고 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가 정상적으로(?) 초등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일찌감치 버렸다. 아이가 없는 시간 동안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계획도 버렸다. 최소한의 건강을 위해 집에서라도 걸으며 8 천보를 채우고, 주 2회 가던 필라테스 대신 집에서 홈트를 한다. 겨우 수업만 가던 바이올린도 꺼내 틈날 때마다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올해 목표로만 삼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비브라토도 완성시켜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한 달에 일정 금액 저금하고 남은 돈으로 해외 주식을 사겠다는 아기자기한 계획도 지키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창구 자체가 줄어들면서 현재의 경제 상황을 예의 주시하게 됐다. 한 달에 버는 수입이 얼마인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대충 쓰는데 바빴는데, 아무 생각 없이 쓰던 금액을 줄이니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저금할 수 있었다. 하루에 만 원씩 해외주식 쇼핑하는 기분으로 주식 사는 주린이지만, 조금씩 투자도 시작했다. 카카오 게임즈 공모주 넣는 이들의 클래스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주식 유튜브 보면서 달라진 세상을 배워가고 있다.


아이들 교육도 간소화했다.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학원만 보낸다. 기본은 해야 할 것 같은 욕심은 내가 스스로 채운다. 첫째와 하루에 한 장씩 함께 글을 읽고, 수학 문제집을 푼다. 아직 한글을 못 뗀 둘째와 함께 하나씩 읽을 수 있는 단어의 수도 늘리기 시작했다. 사슴벌레를 키우고, 해리포터 시리즈 정주행 중이다. 놀이터에서 주운 막대기로 마술 지팡이도 만들고 마술 주문도 외웠다. 그림대회에 나가면 금메달 준다고 꼬셔서 그림도 그린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아이와 함께 유튜브를 찾아본다. 장마 기간 동안 부쩍 많아진 버섯의 번식 방법과 사슴벌레 키우는 법 등등을 찾으며 세계를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다.



2020년이 순삭할 것 같다는 슬픈 느낌이 든다.

온 가족이 집에 있으니, 매일매일이 그날이다. 주말과 평일의 구분이 없다. 학원도 안 가니 요일 개념도 사라졌다. 그래도 씩씩하게 살 것이다. 코로나 언제 끝나려나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겠다. 당장 갈 수 없는 여행 리스트를 짜느니 내실을 차곡차곡 쌓는 편을 선택하겠다.


9월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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