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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Oct 19. 2020

가을가을해! 서울단풍여행지

하루 한 시간, 아이와 함께 하는 가을 여행지

유난히 장마로 가득했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서걱거리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평온함을 느꼈던 가을 초입의 어떤 날이 생각납니다. 서울의 단풍은 절정이 지났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나무들 위의 잎사귀들은 불타는 것처럼 붉고, 어두운 길을 밝힐 만큼 노랗습니다. 바람이 불면 하나둘씩 나뭇잎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가을이 느껴지는 나날들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되고 화나는 일 많은 2020년의 가을이지만 조금만 천천히 가라고 잡고 싶은 마음입니다. 단풍에 위로받고 싶은 심정이라면 다들 공감하실까요?

오늘은 서울 시내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단풍 아래 산책을 즐기기도 좋고, 차 한 잔 하며 쉬어갈 수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입니다. 단풍을 즐기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도 부담 없는 장소들입니다. 조금이나마 가을이 천천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늘의 서울 여행을 시작합니다. 




한옥과 가을이 어우러진 ‘삼청각’     


삼청각은 서울 도심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서울의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대중교통으로 닿기에는 애매한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청각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광화문과 시청 등지에서 삼청각까지 쉽게 닿을 수 있습니다. 셔틀버스를 탑승 후 삼청각까지는 20분~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삼청각의 시간은 서울에 위치해 있지만, 서울의 시간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기분입니다. 서울 도심 속에서 삼청각 홀로 시간이 잠시 멈추어져 있습니다. 넓은 한옥 공간을 내가 혼자 전세 낸 듯 고요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삼청각에서는 주 중에는 태평무, 소고춤 등의 다양한 문화행사와 교육이 이루어지고, 주말에는 전통 혼례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어 이색적입니다. 삼청각은 보통 특별한 식사를 위해 찾는 이들이 많지만, 간단히 차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어 부담 없이 방문해 삼청각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삼청각에 가을이 오는 것을 제일 먼저 아는 것은 바로 기와 위에 예쁘게 올라간 색색깔의 고운 단풍잎들입니다. 마치 솜씨 좋은 플로리스트가 배치한 듯, 마치 원래 자리인양 자연스러운 자리에 단풍잎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단풍잎들이 곱게 자리한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다소 불편한 길에도 불구하고, 삼청각의 가을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퇴근길에 허락되는 가을빛 여유, ‘정동길  

   

서울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단풍 명소는 바로 정동길입니다. 정동길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신문로까지 이어지는 1km의 길입니다. 대사관과 신문사, 공연장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근대건축물과 서울 시립미술관, 정동 교회 등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도 보입니다. 문인과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길이 바로 정동길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유명하며, 특히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에게는 인기 있는 길입니다. 연인끼리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무색할 만큼, 퇴근길 무렵의 정동길은 가을 데이트를 만끽하는 연인들로 가득합니다. 정동길 곳곳에는 특색 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늘어져 있어, 정동길의 매력을 더합니다. 

퇴근길에 만나는 정동길은 회사에서 업무 하느라 바쁜 직장인들이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사치입니다. 낙엽이 사각사각 밟히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기도 하고, 주말이면 거리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동길에서 너도 나도 사진을 찍는 곳은 바로 정동극장 앞 ‘이 길 따라 한 걸음씩 너와 함께’라는 문구 앞입니다. 함께 영원히 걷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문구인데요. 지금 이 정동길을 함께 걷는 연인들이 예쁜 꽃길만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마음껏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어린이대공원   

  

어린이대공원 후문으로 향하는 아차산역 4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가을 냄새가 반깁니다. 바싹 마른 낙엽 냄새가 후각을 사로잡고, 선선한 가을 공기가 뺨을 스칩니다. 노랗게 물든 높다란 은행나무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느끼는 여유로운 가을의 정취입니다.

은행나무 잎사귀의 노란빛이 눈부실 정도로 황홀합니다. 마치 클림트의 ‘키스’ 작품에 나오는 황금 가운처럼 노란빛을 마음껏 쏟아냅니다. 단풍나무로 만들어진 붉은 터널 역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어린이대공원은 무료로 개방되는 까닭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주말이면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주 중에는 나 혼자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가득합니다. 공원 구석구석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있고, 넓게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돗자리를 펴고 오랜 시간을 앉아 있기에는 다소 춥기는 하지만, 따스한 가을 햇볕을 즐기며 도시락 먹기에는 충분합니다.



어린이대공원은 ‘어린이’라는 말이 붙은 것처럼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제대로 즐기기 좋은 곳입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동물원도 있고, 전용 놀이기구 시설들도 있습니다. 주 중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소풍 나온 어린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노랗고 붉게 물든 잎사귀들을 한데 그러모아 하늘 높이 던지며 단풍을 온몸으로 맞이합니다. 단풍 속을 폴짝폴짝 뛰며 가을을 만끽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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