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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Jan 13. 2021

[요리] 멋지다

요리가 어려워. 하는 요리마다 족족 실패야. 맛이 없어. 그래서 점점 더 하기 싫어져. 그런데 나는 엄마야. 아이가 둘이나 있어. 아이들을 보살펴야 해. 엄마라면 요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야. 그런 고정관념은 나를 더 힘들게 해.

내가 한 요리는 나도 먹기 싫지만, 가족들이 내 요리를 맛없다고 하면 화가 나. 알아. 나쁜 마음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음식 타박을 절대 하지 않아. 제일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준 요리’이고, 조금 내 입맛에 안 맞을 수 있어도 싹싹 비워. 음식 맛에 대한 칭찬은 기본!


요리를 못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많아. 마트에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간편식과 밀 키트가 있어. 수많은 배달 음식의 세계도 놓칠 수 없어. 카카오톡이나 전화 한 통이면 전국 맛집 음식을 택배로 받을 수 있고, 프랑스에서 파는 와인도 인스타를 통해 주문할 수 있어. 정말 쉽지?


그렇게 연명해오던 삶이 코로나 19로 바뀌었어. 2020년을 간편식과 반찬가게, 배달 음식과 함께 하다 보니 지겨워졌거든. 밥에 물 말아서 김치랑 먹는 게 더 개운하다는 어른들의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해. 쉬운 거라도 조금씩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위기감도 들었어. 요리책 한 권을 사서 형광펜으로 지워가며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어. 어묵무침, 양배추 깻잎 피클, 가지나물, 닭봉 조림, 애호박 새우볶음 등등. 전부 쉬운 반찬들이야. 어제는 오이김치까지 담갔어. 내 생애에는 만들 일 없을 것 같은 요리가 김치였거든. 살짝 벅차오르기까지 했어. 요리, 멋지다! 요리똥손인 나도 만들 수 있어!


나에게도, 너에게도, 우리 모두에겐
‘멋지다’가 들어있어.
마음속에도 몸속에도 가득,
한가득 들어있어.
- 멋지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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