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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Jan 06. 2021

노후준비 - 꽃

그저 즐기기만 해도 되어 더 기분 좋은 취미

매번 반복되는 하루에 힘이 되어주는 것은 취미 생활이다. 자기소개서에나 썼을 법한 취미라는 단어가 부각된 것은 코로나 때문이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네 식구가 오손도손(?) 모여 있는 것은 극한의 인내를 요구했고, 내 기분을 제대로 환기시킬만한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그때 선택한 것이 꽃이었다.


집 그만 어지르자고 애 둘 끌고 동네를 배회했다. 꽃집이나 가볼까 싶었다. 아이들이 쉽게 키울 수 있는 화분이나 하나씩 골라보자는 마음이었다.



어린이집 꽃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하남 플라워스토리로 향했다. 플라워스토리는 이 동네에 살면서부터 있었던 꽃집이다. 기쁜 일이 있었을 때는 항상 이곳이 떠올랐다. 생일, 연주회, 입학식, 졸업식 등등.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방문했던 꽃집이 일상이 되었다. 꽃 정기구독 덕분이다. 매주 수요일이 되면 꽃 정기구독 단톡방에는 꽃 사진이 올라온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예쁜 꽃들로 가득하다. 꽃 정기구독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을 꽃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도 착하다. 단돈 만원이다. 예전에는 꽃 선물을 받아도 금방 시들어버렸는데, 제대로 관리하니 2주도 거뜬하다. 예전에 쿠*라는 꽃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했었다. 아무래도 택배로 배송되다 보니 꽃의 신선도도 떨어지는 것이 큰 문제였다. 게다가 배송비 때문에 들인 돈에 비해 꽃도 몇 송이 못 받아서 속상했다. 그러나 동네에서 꽃 정기구독을 시작하면서 사장님께 꽃 이름이며 유래, 관리법까지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도매 꽃 사장님들이 몰래 감춰놓고 판다는 장미까지 보여주셔서 꽃집 방문이 더 재미있었다.


식물을 만지면, 절대적인 것이라고 믿어왔던 1, 1, 1시간이라는 시간 감각이 사실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햇볕이 아깝잖아요 나의 베란다 정원일기



꽃을 보며 사는 삶이 행복하다. 이런 것들이 노후 준비가 아닌가 싶다. 일상에 꽃이 함께 하니 삶이 더욱 풍요롭다. 내 취향으로 꾸며진 나만의 공간에 더 좋은 기분을 추가했다. 꽃은 취미라기에는 아무런 노력도 들지 않는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꽃을 이리 보고 저리 보다 보면 텅 비었던 마음이 가볍게 차오른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꽃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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