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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Jun 10. 2021

병아리라는 세계

병아리 일지 1

어린이를 만드는  어린이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안에는 즐거운 추억과 성취뿐 아니라 상처와 흉터도 들어간다.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어린이의 것이다. 남과 다른 점뿐 아니라 남과 비슷한 점도, 심지어 남과 똑같은 점도 어린이 고유의 것이다. 개성을 ‘고유성으로 바꾸어 생각하면서 나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순간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간다고  , ‘다양하다 사실상 ‘무한하다 가깝다고도   있다.


- 어린이라는 세계 -


초등학교 때 일이다. 백일장 대회에서 수상 한 친구들의 글은 너무 가난하거나, 독특한 개성이 있거나, 가족관계가 너무 불우하거나, 진귀한 여행 경험을 다루고 있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친구들의 불행마저 부러울 지경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해볼 만하다고 느꼈던 정도가  병아리 관련 에피소드였다. 병아리를 키우다 갑자기 죽어서 슬펐다거나 병아리가 갑자기 닭이 되어버려서 엄마가 닭볶음탕으로 만들었다는 식이었다. 병아리가 너무 무서웠던 초등학생의 나는 억지로 병아리를 키우면서까지 에피소드를 짜내고 싶지 않았고, 그때부터 나는 글 잘 쓰기는 쉽지 않겠다고 느꼈던 것 같다.


우리 집에 있는 병아리 두 마리(꺼벙이와 노랑이)는 오롯이 아이들의 책임이다.   신문지를 갈고, 밥을 챙겨주고, 물을 갈아준다. 나는 한 발자국 멀리서, 할머니의 마음으로 보기만 한다. 그러다 병아리들이 날개를 푸드덕거리면 혼자 소리를 지르며 기겁을 한다.


글짓기 대회를 포기한 지 삼십 년이 지나서야 고민했던 병아리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브런치에 쓸만한 에피소드를 생각해 본다. 뭔가 좋아 보이고, 있어 보이고,   그럴듯해 보이는 걸로. 그러나 병아리  마리 키운다고 없던 ‘있는  생기지도 않았고, 흉내 낸다고 해서  것도 아니었다.


이제야 조금은   같다. 평범해서   없다고 했던  어린 시절이 얼마나 빛났었는지를. 백일장 수상지를 읽으며 분해했던 어린 마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그러면서도 끝내 가짜 뉴스는 만들지 않았던 순수함을 지킬  있어서 감사한지를 말이다.



생후 일주일 되었던 날, 우리 집에 온 노랑이와 꺼벙이. 그날은 계속 잠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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