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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Mar 07. 2021

아이가 입학했는데, 왜 정신은 내가 없나

둘째 초등학생 입학식이라는 것이 함정 ;;;


그래, 초등 1학년 느낌 아니까!


3년 전, 첫째의 초등생활을 경험하며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거 아니까, 둘째의 초등 입학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학 한 달 전쯤 신학기 가방을 사고, 입학식 전날 새 신발과 옷 몇 벌을 준비했다. 입학식 날 입을 옷을 걸어두었다. 둘째의 입학식 날, 바로 출근하려던 신랑은 갑자기 첫 등교하는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예상과 달리, 남편과 함께 둘째 손을 잡고 초등학교로 출동했다.


‘드디어 학교에 간다니!’ 떨린다는 둘째와 함께 교문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담당 선생님 손에 아이를 보냈다. 1학년 2반 3번만 줄기차게 연습시켜서 보낸 덕분인지, 둘째는 교실도 잘 찾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첫째는 온라인 클래스가 안된다고 난리였다. 원래 쓰던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여서 그런가 EBS 온라인 클래스가 멈춰 있었다. 한 시간을 씨름하다가 ‘엄마~ 운동 갔다 올게~’를 외치며 필라테스 수업을 갔다.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나에게 선생님이 어려운 포즈를 연습시키신다. ‘아.... 선생님..............’


필라테스 자세는 어렵고,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오신다던 시부모님 전화는 자꾸 신경 쓰이고......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있고.... 결국 운동을 대충 마무리하고 초등학교 앞으로 향했다. 첫째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학교 정문으로 찾아왔다. 등교한 지 두 시간 만에 하교하는 첫째의 초등학생 첫날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담임선생님의 인솔 하에 나온 둘째는 나를 보고 정신없이 나오다 넘어졌다. 둘째는 실내화를 갈아 신고, 시부모님의 꽃다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입학식 점심은 짜장면이지! 탕수육까지 야무지게 먹겠다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고, 시부모님들은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보이는 듯했다. 둘째는 누나한테 맞은 새끼손가락이 아프다고 징징대는데 별거 아니겠지 싶었다.


비싼 짜장면을 먹고, 멀리서 오신 시부모님께 커피 한잔 하고 가시라고 청했다. 갑자기 전화가 쏟아졌다. 첫째 담임 선생님, 수영 선생님까지... 정신이 혼미해지는 날 느끼셨는지 배려심 넘치는 시부모님께서는 급하게 우리 집을 떠나셨다.


아이들 수업 라이드하고, 알파문구에서 신학기 준비물을 사고, 네임 스티커를 붙이다 보니 하루가 지나갔다. 코로나 19로 인해 잃어버린 1년 덕분인지, 신입생이 두 명인 것만 같았다. 개인정보동의에 서명하고, 준비물을 체크하고, 그것만으로도 일은 넘쳐나는데... 오늘 진짜 내가 해야 하는 업무는 시작도 안 한 상태였다. 월 초라 업무는 넘쳐났다. 아이들을 서둘러 침대로 보내고, 일을 처리했다. 밤이 늦어서야 일은 끝났고,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오늘은 아이 둘 다 학교에 가는 날이다. 오래간만에(사실은 이틀 만에) 루틴을 찾기 위해 걸었다. 땀에 흠뻑 젖어 샤워를 하고 나니 정신이 드는 듯했다. 화분도 정리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할당된 일도 처리하고, 점심까지 먹고 나니 또 둘째 픽업 시간이다.



오, 신이시여....


계속 새끼손가락이 아프다는 둘째를 데리고 정형외과를 두 번 연속 다녀오고, 수영 수업을 캔슬하고, 심심하다고 징징거리는 아이 옆에서 대거리하다 보니.. 내가 더 아프고 싶다. 입학은 아이가 하는데, 왜 정신은 엄마가 없나요. 다음 주면 좀 더 좋아지려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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