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끊은지 1년째,우유 대신에 마시는 식물성 음료
비건 지향인으로 살아가기로 다짐하고 나서 가장 먼저 끊은 식품은 우유와 요구르트 등의 유제품이다.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에서는 우유가 첨가된 라테를 자주 마셨고, 우유나 플레인 요구르트에 시리얼이나 뮤즐리를 넣어서 식사 대용으로 자주 먹곤 했다. 그래서 냉장고에는 항상 우유와 플레인 요구르트가 구비되어 있었고, 마트에 가면 자주 구입하는 품목 중 하나였다.
우유 속에 함유되어 있는 유당을 분해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우유에 특별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우유를 끊고 난 뒤 확연하게 눈에 띄는 신체의 변화는 없었지만 소화불량이나 속이 더부룩한 증상들은 전혀 없어졌다.
우유가 영양학 적으로 완전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우유를 끊게 된 계기는 우유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삶 속에 들어오는지 정확하게 알게 된 뒤부터였다.
다양한 비거니즘 관련 책과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나의 식생활과 함께 세계관을 더 넓고 다양하게 확장시켜 주었다.
예전에는 "젖소"라는 것이 우유를 생산하는 소의 품종 중 하나인 줄 알았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암송아지는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로 키워지고, 수송아지는 소고리를 만드는 농장에 팔려 사육되거나 송아지 고기가 된다.
암소가 태어나서 1살이 되면 사람들은 팔을 소의 항문에 넣어 그 안에서 자궁 경관을 고정한 수 긴 관으로 정액을 주입해서 소를 강제로 임신을 시킨다. 그렇게 임신한 소는 305일간 매일 하루에 40kg의 우유를 짜낸다. 10개월 뒤 송아지를 낳으면 송아지는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고 1-2 개월 후에 또다시 암소는 강제로 임신을 당하고 우유를 생산한다. 정작 송아지는 소의 젖을 먹지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어미소와 생이별을 하게 되고, 송아지가 먹어야 할 젖을 사람들이 먹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임신과 착유의 과정을 3년 동안 3회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렇게 소비되어 지쳐서 착유량이 줄어든 젖소는 도축장으로 끌려가서 가공육의 재료가 된다. (나의비거니즘 만화 -보선 의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이렇게 비윤리적인 우유의 생산 과정과 함께 축산업과 낙농업이 어떻게 동물을 학대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알게 되고 큰 회의감을 느끼게 된 이후 부터는 예전처럼 우유를 마실 수도, 고기를 먹을 수도 없게 되었다.
우유를 먹지 않는다고 하면 대부분의 지인들이 이렇게 묻는다.
그러면 "식물성 음료 나 대체 우유를 마셔 " 라고 대답한다.
생각보다 시중에는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대체음료가 많이 있다.
콩류, 곡물, 견과류등의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음료들을 "식물성 음료" "대체 우유"라고 불리는데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이러한 대체 우유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전 보다 그 종류가 훨씬 더 많아졌고,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환경과 채식, 비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현상인 것이다.
이러한 식물성 음료는 우유보다 칼로리와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을 뿐만 아니라 종류마다 다양한 재료의 맛과 풍미를 가지고 있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골라서 마실 수도 있다. 가격은 우유 보다 2-3배 정도 비싸지만 넓은 시각으로 건강과 환경, 동물들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소비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몇 개월 동안은 대체유 유목민으로 살면서 다양한 종류와 브랜드의 제품들을 먹어보고 탐구하면서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여정을 했었다. 오랜 유목민 생활을 끝내고 정착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먹고 있는 제품이 잔다리라는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초록콩 두유>와 <이솔 라비오의 오트밀 음료>이다.
아몬드 밀크는 상대적으로 단백질 함유량이 적고 대부분 아몬드액과 고형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대부분의 우유는 합성 첨가물이 많이 함유되어 있었다.
하지만 "초록콩 두유"는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두유와 비교해 보았을 때 원액 두유 함량이 가장 놓고, 감미료나 합성 재료가 가장 적게 첨가되어 있는 것 같았다. 농도도 짙고 콩 특유의 고소한 맛이 강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생각보다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아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두고 우유 대신 오트밀을 만들 때 사용하거나 뮤즐리나 시리얼과 함께 먹곤 한다.
이솔 라비오의 오트밀 우유는 귀리 우유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탈리아의 유기농 귀리를 이용해 만들었고 다른 합성첨가물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귀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농도는 진하지 않지만 두유보다는 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있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주변의 지인들이 우유 대신 마실 대체 우유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주저 없이 추천하는 제품이 이 두 제품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대체 우유나 비건 관련 식품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우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건강 뿐만 아니라 환경, 동물권등의 개인적 신념과 소신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 에게는 식물성 음료는 우유를 대체 할 수 있는 좋은 식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채식이나 비건을 지향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영양도 풍부하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제품을 선택 할 수 있기에 이러한 식물성 음료의 소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불과 1-2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보다 비건 관련 식품들과 제품들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구하기도 훨씬 쉬워졌다. 그만큼 비건과 채식이라는 단어가 예전보다 우리 삶에 익숙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소수를 위한 특별한 문화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자리 잡아 어느 카페에 가든 대체 우유로 만든 라떼를 선택할 수 있고, 어떤 식당에서든지 채식 메뉴를 고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우유, 요구르트 먹지 않고도 잘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종류의 대체유들을 마시면서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읽고 참고한 책과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