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꼰대, 두번째 이야기
언론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쿨한 조직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실에서 우리가 겪는 보통의 조직에서는 리더와 구성원들이 각각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구성원들은 상사에 대해 "지시도 불명확하고, 의견 내라면서 막상 내면 듣지도 않는데다가 책임 떠넘기기 일쑤", 그리고 상사는 구성원들에 대해 "자기 일 아니면 안하려고 하고, 딱히 배우려고도 하지 않고 수동적이면서도 요구하는 것은 많은 애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손가락질을 하는 이런 상황에서 소통이란건 애당초 말이 안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상태라도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면 상관이 없겠지만, 매일 서로 얼굴 마주하면서 특정 사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일을 완성시켜가야 합니다. 즉, '소통'이란걸 해야 하는게 현실이죠.
그래서인지 상사들은 리더십 책이나 강연에서 배운 리더십 스킬들을 시전합니다. 뜬금없이 경청, 권한위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등등을 들고 나와서는 안 하던 짓을 합니다. 구성원들은 그냥 황당하고 짜증이 날 뿐입니다. 상사들의 이런 시도들이 효과적이었다면 애초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퇴사 열풍이 불지는 않았겠지요.
그럼 기존 리더십 교육에서 말하는 소통 방법들 - 경청, 권한위임, 수평 커뮤니케이션 등등 - 은 정말 틀린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소통하는 조직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지요. 직원들은 자기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만 하고, 본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을지라도 존중받는다는 믿음이 있어야하며 상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팀의 방향성이 직원들에게 충분히 잘 전달되고 실행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왜 상사들이 이런저런 리더십 스킬을 시도하면 도리어 역효과만 나타나는 걸까요?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핵심 원인은 상사들이 '소통의 기술'이라는 포장 뒤로 비겁하게 숨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의 일상적 정서와 태도, 말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그리고 그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즉, 특정인에 대한 이해와 평가에는 그가 일상적인 면에서 보이는 성격이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보고 들은 리더십 스킬을 아무리 써봐야 스킬을 시전하는 본인의 성격이 바뀌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라떼를 외치는 꼰대 상사가 어느 날 갑자기 소통하는 리더가 되겠답시고 "내가 적극 경청할테니 편하게 의견들 내봐.",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겠어. 오늘부터 팀장님이 아니라 테드 창이라고 불러."라고 해봤자 부서원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리가 없습니다.
리더십 교육에서 언급하는 내용들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소통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소통 주체의 일상적인 정서, 태도, 말, 행동이 99%이고 스킬로 배울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리 리더십 교육을 받고 연습을 해봐야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소통하는 리더가 되려면 미시적인 스킬을 배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성격 중에서 문제를 유발하는 부분을 어떻게 완화시킬지, 혹은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떻게 변화시킬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라떼 상사의 경우에는 자신이 라떼쟁이 꼰대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아니 내가 딱히 꼰대라서 그러겠냐, 팀원이라고 있는 녀석들이 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걸 어떡하냐. 의견 내라고 해도 말도 안하는데."라고 생각하신다면? 맞습니다. 라떼입니다. (삐빅)
이와 같은 자기 인식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되면 소통의 99%인 정서, 태도, 말을 무시하고 1%에 불과한 리더십 스킬에 매달려서 소통을 시도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성공할 리가 없습니다. 키는 160인데 팔 길다고 농구 잘하겠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몸무게 100kg라고 격투기를 잘 할 것이라고 하지 않죠. 그런데 참 묘하게도 리더십 영역에서는 단순한 방법 한 두 개만 실천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진심으로 믿죠.
자기 인식이 진솔하게 그리고 충분하게 이뤄진 뒤에는 상대적으로 쉬워집니다. 99%를 인정하고 난 뒤에는 그 모습을 나의 장점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지요.
내가 봐도 내가 꼰대같다면 그냥 꼰대질을 계속 해도 됩니다. 아니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꼰대질을 하라는거냐 싶으시겠지만, 그동안의 전적을 생각해봤을 때 팀원들에게는 이미 무슨 짓을 해도 꼰대입니다. 새삼스레 더 악화될 것은 없는 셈이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꼰대질은 하되 그에 따른 여파를 수습하는 방안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내일부터 꼰대질을 하지 말라는 것은 성격을 하루만에 뜯어 고치라는 말이고 그건 현실성 없는 공허할 방식일 뿐이니까요.
꼰대질을 하면 당연히 팀원들이 의견을 안 낼 것이고, 분위기도 안 좋아질 것이며 퇴사하겠다는 친구들도 나타날 것입니다. 예전에는 여기서 끝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는거죠.
팀원들 중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면서 다른 구성원들이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고
나의 꼰대질 때문에 의기소침한 팀원들에게는 업무적인 부분 이외에는 지적하는 기회 자체를 줄이십시오. 가령 회식에는 1차에만 참석한 뒤 법카 주고 빠진다던가, 일주일에 한 두번쯤은 혼자 점심을 먹겠다고 먼저 나가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퇴사율이 올라가는건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나 때문에 올라가는 것은 막기 위해 신규 입사자 교육을 만들되 내가 그 교육에는 참여하지 않는 정도만이라도 해보는 겁니다.
리더십 교육에서 언급하는 권한위임이니 경청이니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방법입니다. 고작 이거 가지고 직원들 인식이 바뀌고 팀 문화가 개선되냐구요?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이런 노력이 하루하루 축적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사람은 초월적인 영웅이 아닌, 진솔하게 노력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법이니까요.
적어도 3개월 정도만 노력한다면 작은 변화가 일어날겁니다. "우리 팀장님, 겁나 멋있어. 말이 통하는 사람이야!"까지는 아니더라도 "팀장님이 좀 깐깐하긴 해도 나름 쿨한 면이 있지."정도는 된다는 말입니다. 즉, 최소한의 인간적인 신뢰가 쌓일 기반이 생기는거죠.
여기까지만 올 수 있다면 좀 더 멋진 상사, 능력있는 상사가 되는 법은 스스로가 찾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요상한 리더십 스킬 뒤에 숨거나 휘둘리지 않고, 자기를 직시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요. 자기에게 솔직한 사람은 언제나 답을 찾아냅니다.
수능 만점자의 공부법을 따라한다고 해서 나도 전국 1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의 실제 실력을 인정한 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신 한 등급 정도는 올릴 수 있습니다. 리더십도 다르지 않습니다.
1. 슬기로운 직장생활 페이스북에서 더욱 다양하고 현실적인 커리어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suljikcareer/
2. 미매뉴얼 베이직 테스트(무료)를 통해 나의 성격분석과 이에 기반해서 이직, 창업, 상사와의 갈등 등 커리어의 중요한 순간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 http://www.memanual.co.kr